
오글거리고 전형적이다. 장 끌로드 반담의 1994년 작품부터 시도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작품들은 대체로 그랬다. 허벅지로 인기가 많아진 캐릭터 '춘리'를 주인공으로 한 '춘리의 전설'이라는 영화도 그랬고, 아마추어적인 영화 '전설의 귀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트리트 파이터' 하면 류와 켄의 파동권과 승룡권, 용권선풍각이 절로 음성 재생이 될 정도로 이미지가 강하니 창작자들도 별도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류와 켄이 스승 고우켄 밑에서 수련을 하다가 고우키의 등장으로 갈등이 생기고, 살의의 파동을 극복하려는 류와 그 힘을 빼앗으려는 베가와의 대립 등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아주 유치찬란하고 오글거린다. 류와 켄은 여전히 승룡권과 파동권을 외치고, 각 캐릭터들도 게임 팬들을 의식하는 듯 친절히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준다. 스트리트 파이터만큼 상징적인 이미지가 많은 게임도 없다 보니, 팬 서비스만은 절대 포기하지 못한 것 같다.
대신에 CG가 생각보다 화려하고, 액션도 마블 히어로들이 충돌하는 것처럼 화끈하고 거친 편이다. 이제는 기술이 발전해서 마음만 먹으면 짜릿한 타격감의 영상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분명히 류가 파동권이나 승룡권을 외칠 때 유치한 건 사실인데, 전투 씬들은 팝콘 무비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파동권 에너지가 손안으로 모이는 장면은 드래곤볼이 떠오르는 과거 작품들과 비교되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를 두고 있다. 그만큼 시각적으로는 눈이 꽤 즐겁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볼수록 '전형적'이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가 살의의 파동에 잠식되고 켄의 각성으로 이어지는 파동권 등등 모두 만화적이고 예상이 가능하지만, 팬들이라면 당연히 다 보고 싶은 장면들이 아닌가. 각성 끝에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자연스러운 설정이고, 류와 켄 사이의 감정적 매듭으로도 연결되고 있어서 나쁘지 않다.
춘리를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단순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물론 춘리의 상징적인 허벅지로 인한 노골적인 페티시가 있지만, 복수 서사로 인해 잘 조절되어 있다. 춘리가 단지 섹시한 캐릭터로 소비됐다면 아쉬웠겠지만, 그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베가와의 대립과 전투력까지 확실히 보여줬다. 팝콘 무비의 과장된 문법 안에서도 어느 정도 타협을 잘 본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역시 오글거림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승룡권과 파동권, "라운드 1, 파이트" 등을 외치고, 캐릭터의 상징적인 기술과 코스튬을 그대로 전시하듯 보여주며, 그다지 웃기지 않은 유머를 쏟아낸다. 이런 것들을 멋쩍게 변명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니 오히려 '뇌절'의 쾌감이 생기는 것이다. 류와 켄 사이의 감정선을 지나치게 밀어 넣어서 정체성을 잃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대놓고 만화적이고 화끈하게 가는 쪽이 더 정직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일부 회상 장면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점은 아쉬웠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역시 이 맛이야!"라고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축제에 가까운 작품인데 굳이 일부 장면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숨길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유치찬란하고 팬 서비스가 과잉인 점이 오히려 매력인 영화인 점은 확실하다.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는 이날 14일 개봉하며 후속작을 예고하는 영상이 있으며, 엔딩 크레디트 이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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