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영화 '스케어 캠페인(2016)'은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한 슬래셔 호러 무비로, '더 퍼지'식의 전개로 흥미를 끈 작품이었다. 장준엽 감독은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일부 설정을 걷어내고, 여주인공 연우(류혜영)의 서사에 좀 더 힘을 실어주었다. 원작 영화의 잔혹성 대신에 스트리머들의 윤리성에 집중하여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영화가 보여주는 두 번의 반전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원작이 인간의 잔혹성에 집중한 호러 장르였다면, '킬링타임'은 더 나아가 인간의 공포와 슬픔의 감정마저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시대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감독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아래는 장준엽 감독과의 일문일답.
- 인터넷 방송이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공포를 조장하고 수익을 얻는다는 설정이 신선합니다. 한 멤버의 억울한 죽음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데요.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우연히 원작인 <스케어 캠페인>을 접했는데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습니다. 단편 때부터 쭉 다뤄왔던 테마이기도 했고, 특히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한국 관객의 정서와 맞지 않는 장면들도 일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결합해 바꿔보면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잔혹 수위가 의도적으로 절제된 것 같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이나 '스크림'과 같은 슬래셔 영화들과 비교하면 묘사의 방식에서 차이가 보이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실제로 80-90년대 슬래셔 영화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보통 슬래셔 영화와 다른 점은 공포의 대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직접 습격하는 존재보다 이러한 판을 만들어내는 욕망에 더 중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잔혹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절제해 그러한 욕망에 더 초점이 맞춰지도록 하려 했습니다."
- 영화를 보면서 폐병원이 긴장감을 구축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며, 공포와 액션의 완성도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셨나요?
"실제로 있는 폐병원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진행했는데, 시나리오 상 공간들이 모두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길 원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특성을 살리면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공포와 액션 역시 공간에서부터 먼저 접근했습니다. 결국 공간이 가진 특성에 따라, 어떤 서스펜스, 어떤 액션이 나올지가 결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로아앤코홀딩스/더타이틀 제공
- 연우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죄책감과 속죄를 안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최후까지 살아남아 활약하는 '파이널 걸'의 매력도 느껴졌는데요. 다른 공포물의 여성 주인공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하신 부분이 있으셨나요?
"연우를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죄책감과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그래서 불안하고 위태로운 캐릭터로 그려내려 했습니다. 그런 연약함 때문에 결국 욕망들이 만들어낸 게임판 속의 말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 주원은 수익만을 좇는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보입니다. '족제비'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대목에서 특별히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셨나요?
"주원은 크루가 사망하는 사건을 겪었음에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또다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려 합니다. 하지만 주원에게 이 세계는 이미 이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족제비'는 일차적으로 그런 주원을 대변하는 대사였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게 문제란 걸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더 큰 자극을 찾아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우리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결국 영화는 죽음과 공포마저 콘텐츠로 소비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이며, 관객들이 극장을 나선 뒤에 어떤 질문을 남기길 원하시나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결국 누가 이러한 방송을 만들고 있는가를 묻고 싶었습니다. 돈만 좇아 최소한의 윤리마저 잃은 창작자일까? 아니면 그저 킬링타임으로 콘텐츠를 찾으며 별생각 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우리일까?"
영화 '킬링타임'은 오는 21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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