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의 소재 자체는 이미 강력하다. 최종면접에 뛰어든 여섯 명의 청년들끼리 최종 합격자 단 한 명을 뽑으라는 규칙을 던진다. 처음에는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연대하려던 청년들이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서로가 판검사가 되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다.
폭로의 실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해당 당사자를 성급하게 규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에는 당연히 살아온 궤적이 있고, 맥락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진 한 장과 문장 하나로 쉽게 낙인을 찍어 버린다. 최종 합격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니, 그런 복잡한 사연을 살펴볼 여유가 없고, 투표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커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폭로를 당한 사람은 자신만 피해자라고 주장하게 되고, 공정해야 하는 면접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국판 '최종면접'은 결과적으로 훌륭하게 각색되어 있다. 투표 시간을 15분에서 30분으로 바꾼 것은 그만큼 서로를 의심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논리정연하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일본판 영화는 원작의 추리 장치를 그대로 옮기면서 면접에서 벌어지는 불신과 분노를 놓친 면이 있었다. 한국판에서는 이런 극한 긴장감을 최대한 살려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범인에 대한 궁금증도 키울 수 있었다.


사진=NEW 제공
범인의 동기 역시 불안정한 청년 채용 시장과 사회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장하면서 설득력도 강해졌다. 기업과 취업 시스템의 위선이라는 원작의 취지도 이해가 가지만, 단지 개인의 열등감이나 단순한 복수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판이 더 현명한 각색을 한 것 같다.
시대 배경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 유행이라는 설정이 들어가면서 관객들의 아픈 기억을 끌어올렸고, 한국 정서에 맞는 감정이 곳곳에 드러난다. 이런 효과적인 설정 덕분에 원작 캐릭터들처럼 추리를 하기 시작할 때도 원작처럼 다소 느슨해 보이지 않는다. 왜 이 청년들이 선의를 믿지 못하고 불신을 가지게 되는지 더 구체작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원작도 그렇지만, 마지막 폭로들이 재해석되는 장면은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위험도 있다. 자칫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 현실까지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은 감정의 밀도가 높았던 덕분인지, 어색하지 않게 작품의 의도까지 더 선명해진 것 같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와 사진 한 장에 인간의 삶을 쉽게 규정해 버리면 안 된다는 윤리적인 문제 말이다. 그 어떤 수단도 합격할 사람과 떨어진 사람으로 구분하는 데 쓰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말하는 채용 시스템에서 벌어지는 폭력성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다.




사진=NEW 제공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끊임없이 범인에 대한 의심을 바꾸게 한다는 것.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을 끊임없이 이어주면서 관객이 오판할 만한 단서들을 던져준다. 관객들의 예상을 연속으로 어긋나게 하니 시간이 경과해도 긴장감이 그리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로맨스를 적절한 조율로 추가하면서 원작보다 더 강한 여운이 남는다.
영화 '최종면접'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에서 최초 공개됐다. 극장 개봉은 내달 4일 예정이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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