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희대의 사기 사건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홈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유 캔 씨 에브리씽'이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유 캔 씨 에브리씽'은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기업가에서 전 세계를 속인 사기범으로 추락한 바이오 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를 조명한 작품이다. 교도소 입소를 34일 앞둔 홈즈가 다큐멘터리 제작진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 3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홈즈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제작진의 관계가 독특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1984년생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2003년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하고 바이오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설립했다. 당시 그녀가 내세운 목표는 소량의 혈액만으로 다양한 진단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검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기존 의료 시스템의 비용과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비전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테라노스는 한때 기업 가치 약 9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홈즈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터틀넥 의상과 독특한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차세대 혁신 기업가로 떠올랐다.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는 심각한 기술적 결함과 사업상 허위 정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테라노스가 홍보한 혈액 검사 기술은 회사가 주장한 수준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실제 검사 과정에서도 기존 상용 장비를 사용하는 등 홍보 내용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캐리루 기자가 테라노스의 기술과 사업 운영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이후 홈즈와 테라노스의 전 사장은 투자자 사기 혐의로 제소됐다. 홈즈는 2022년 1월 투자자 사기 관련 4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다. 2023년 5월 연방 교도소에 입소했으며, 2025년 2월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과 형량이 유지됐다.

엘리자베스 홈즈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은 지난 2022년 공개된 훌루(Hulu)의 8부작 드라마 '드롭아웃'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엘리자베스 홈즈를 연기한 이 작품은 스탠퍼드대학교 시절부터 테라노스의 창업과 성장, 몰락까지 보여준다. 홈즈의 야망과 자기기만, 권력을 향한 집착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드롭아웃'은 공개 당시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 90%, 관객 팝콘 지수 83%를 기록했으며, 메타크리틱에서도 75점을 받았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가 작품의 핵심적인 성취로 꼽혔다. 실제 인물의 독특한 말투와 행동을 재현하는 동시에 성공에 대한 욕망과 불안,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사이프리드는 이 작품으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리미티드·앤솔로지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사이프리드는 당시 인터뷰에서 홈즈의 목소리와 행동을 재현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TED 강연 영상과 법정 증언 녹화본을 반복해서 시청했으며, 9~10시간 분량의 증언 영상을 보면서 목소리의 높낮이와 말하는 리듬을 익혔다. 단순히 음성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입 모양과 호흡, 발음까지 연구해 자신만의 연기 방식으로 구현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백룸' 등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여 온 A24가 배급을 맡았으며, '더 리허설' 등을 통해 현실과 연출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코미디를 선보인 네이선 필더와 감각적인 다큐멘터리 연출로 주목받은 랜스 오펜하임이 공동 연출했다.
제작진은 홈즈가 교도소에 입소하기 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해 그녀의 일상과 제작진 사이의 관계를 영화의 중요한 축으로 삼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홈즈와 이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작진의 관계를 통해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사기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홈스의 태도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수년간 비밀리에 제작된 '유 캔 씨 에브리씽'은 제53회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정체를 감춘 채 처음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26년 10월 16일 북미 개봉과 함께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개봉 첫 주말 855개 상영관에서 약 1,56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는 음악 콘서트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2004년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 이후 가장 높은 다큐멘터리 오프닝 성적이다.
개봉 2주 차에는 상영관이 2,655개로 확대된 가운데 주말 수익이 전주보다 약 20% 상승한 1,873만 달러를 기록했다. 3주 차에는 상영관이 3,243개로 늘어나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흥행을 이어가며 11월 초 누적 수익 6,400만 달러를 넘어섰고, 11월 5일 기준 약 7,093만 달러의 북미 누적 수익을 기록했다. 제작비 약 700만 달러 규모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성과다.
'유 캔 씨 에브리씽'은 내달 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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