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영화 '고래의 바다'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10여 년간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의 삶을 기록해 온 이정준 감독의 시선이 담겨 있다.
'고래의 바다'는 지난 1977년 이후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춘 귀신고래의 흔적에서 출발하여, 현재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약 120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마주한 현실을 담았다. 아프리카 대초원과 극지, 바다를 무대로 자연과 생명을 탐구해 온 이정준 감독이 2015년부터 이어 온 기록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영화는 태평양 건너편에서 고래의 사체와 마주하면서 시작한다. '한 생명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물음이 돌고래들을 향했고, 10여 년에 걸친 제주 바다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작품은 남방큰돌고래를 하나의 무리나 관찰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려 나갔지만 힘차게 헤엄치는 '오래', 턱이 변형된 채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턱이', 어미 곁에서 바다의 삶을 익히던 어린 돌고래 '종달이' 등 저마다의 이름과 상처를 지닌 개별적인 존재들에 주목한다. 매일 바다로 나가 이들과 눈을 맞춘 감독에게 돌고래들은 어느새 익숙한 이웃이자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 다가온다.
돌고래들의 삶의 터전인 제주 바다는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폐어구와 낚싯줄,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음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영화는 온몸에 낚싯줄과 바늘이 얽힌 어린 돌고래를 마주한 순간도 담아낸다. 카메라 뒤에서 기록을 이어가던 감독은 촬영을 멈추고 직접 구조 장비를 만들어 물속으로 뛰어들지만, 인간의 개입이 마주한 한계와 안타까움도 드러난다.
이러한 현실을 전하면서도 영화는 상처와 위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론과 전문 수중 촬영으로 포착한 제주 바다의 풍경, 거대한 파도를 가르며 유영하는 돌고래들의 모습은 스크린과 사운드를 통해 생생하게 펼쳐진다.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경이로움을 함께 담아내며, 관객에게 우리가 지켜야 할 바다의 의미를 되묻는다.
특정한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생태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설파하기보다, 지난 10여 년간 바다 곁에서 마주한 생명들의 모습을 정직하게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돌고래들은 과연 이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바다에서 야생 생명과 공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극장 개봉을 앞두고 진행하는 텀블벅 펀딩은 전국 상영관 확보와 개봉 홍보 예산 마련을 위해 기획됐다. 펀딩은 지난 21일부터 내달 16일까지 약 4주간 진행된다. 일회성 플라스틱 굿즈 제작을 지양하고 바다에 무해한 방식으로 후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모든 후원자에게는 정식 극장 개봉 본편의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기재하는 혜택이 제공된다. 개봉 전 이정준 감독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후원자 특별 GV 시사회'에도 초대한다. 펀딩 및 리워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텀블벅 '고래의 바다' 프로젝트 페이지(https://tumblbug.com/seaofwhale)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귀신고래가 기록 속 사진으로만 남았듯, 제주 남방큰돌고래들 역시 언젠가 사라진 존재로 기억되지 않도록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 10년의 여정. '고래의 바다'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다의 이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며, 오는 12월 전국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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