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알고리즘 시대의 거울치료 '군중심리' 르 봉이 스마트폰을 본다면?

'군중심리'로 읽는 SNS와 민주주의의 그림자

사진=현대지성 홈페이지
사진=현대지성 홈페이지

귀스타브 르 봉이 지금 시대에 뚝 떨어진다면 SNS 문화를 어떻게 볼까? "내가 말한 군중심리가 전 세계로 확대됐구나"라고 한탄이라도 할까? 르 봉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사건인 것은 맞다. 르 봉이 목격한 군중은 모두 광장에 모여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이 동시에 흥분하고 분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르 봉이 1895년에 쓴 '군중심리'는 지금의 SNS를 설명하는 것 같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이어진 대혼란을 목격했다. 나폴레옹 이후 공화정이 들어섰으나 그의 조카인 루이 보나파르트가 다시 황제 자리에 오르고, 민중 봉기를 진압하기 위한 참혹한 학살이 벌어진 '파리 코뮌'까지 지켜봤다. 그 때문에 다수는 르 봉의 시선 밑바닥에 대중, 즉 군중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고 분석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합법적인 소통 창구나 정치적 절차가 없었으니 르 봉의 두려움은 이해가 된다. 과거에는 귀족과 소수 엘리트들이 정치를 해왔는데, 이제는 수많은 일반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감정적인 군중이 나라를 움직이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얼핏 들으면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심도 묻어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민주주의 위기'라는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르 봉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기소당한 사건을 목격하면서 대중이 선동당했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 플레이에 이어진 탄핵 국면을 보면서 역시 민주주의는 군중의 감정에 취약하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물론 윈스턴 처칠이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 제도다. 지금까지 시도된 다른 모든 제도를 제외하면"이라고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평소에 합리적인 사람도 군중 속에 들어가면 익명성을 얻어 감정에 휩쓸리고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된다. 르 봉의 이 유명한 주장은 온라인 댓글 전쟁이나 폭동 시위를 정확하게 예견한 것 같다. 밈이나 숏츠, 자극적인 썸네일은 어떤가. 르 봉은 군중을 설득할 때 논리적 설명보다 단순한 구호와 강렬한 이미지, 반복적인 상징이 더 강력하다고 보았다. 지금의 세계 정치권에서는 논리적인 설명보다 짧은 문장을 반복하여 프레임 싸움으로 가고 있다.

르 봉은 군중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결국 소수의 정치가와 엘리트들이 아니라 군중이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들은 때가 되면 여론조사와 선거를 하고, 유튜브 방송이 권력화가 되었으며, SNS와 숏츠 문화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르 봉의 시대보다 군중의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

물론 군중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단정적인 표현은 이제 힘을 잃었다. 현대인들에게는 상황, 규범, 성향 등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이 급등한다고 할 때 반대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 유능한 교수들도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반면 대학생이든 교수들이든 모여서 데이터 검증을 거치는 과학적인 회의를 한다면 이들은 모두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책을 읽어 보면 군중에 대한 르 봉의 불신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다. 군중을 거의 조롱에 가깝게 비난하는 묘사들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군중을 오로지 어리석다고 보지는 않았다. "군중은 독립한 개인보다 항상 지적으로 열등하다. 그러나 감정이나 감정이 야기하는 행동으로 볼 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군중은 독립한 개인보다 우등할 수도 있고 열등할 수도 있다."라는 표현이 꽤 흥미롭다. 여기서 앞서 나왔던 '상황'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즉 르 봉이 말한 군중은 단순히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혼자 있을 때와 집단 속에 있을 때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에 가깝다.

'군중심리'를 보면 온라인 시대의 설명서처럼 읽히는 순간이 있다. 그는 인터넷까지 예견하지 못했겠지만, 핵심 구조는 알고 있었다. 사람은 집단 속에서 논리보다 감정에 더 빨리 반응하고, 그 감정은 반복과 암시를 통해 전염된다는 것. 진짜 무서운 것은 그런 감정으로 퍼진 단어들이 사실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알고리즘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에 군중심리가 내린 진단은 더 선명해진다.

혹여 군중 속에 들어갈 일이 생긴다면, 논리적이지 않고 이미지와 상징이 보인다면, 민주주의 약점이 보이는 것 같다면 '군중심리'가 설파한 것처럼 군중이 되는 순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군중심리'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SNS 시대에서 필요한 거울치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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