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 미만으로 찍은 SF 블록버스터 '스틸레이' AI가 바꾼 영화 제작의 공식

영화 '스틸레이', 기획부터 VFX까지 AI 파이프라인 도입으로 제작비·기간 대폭 단축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SF 영화는 오랫동안 막대한 자본력이 투입된 결과물이었다. 미래 도시와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 대규모 폭발과 추격전 등 상상 속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제작비와 오랜 후반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성형 AI가 영화 제작 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이 같은 공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 '스틸레이'는 그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설우인 감독이 연출하고 라온컴퍼니플러스와 아이노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한 이 영화는 제작사 측에 따르면 10억 원 미만의 제작비와 약 6개월의 제작 기간으로 완성된 SF 액션 영화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프리프로덕션, 메인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에 이르는 전 과정에 생성형 AI 기반 파이프라인을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틸레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소재와 제작 방식이 맞물린다는 데 있다. 영화는 AI 로봇 기업 '애턴(AETERN)'의 인공지능이 스스로 예측하고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을 그린다. AI는 자신을 개발한 윤 박사와 연구원들을 납치하고 최악의 바이러스인 코드 제로를 탈취해 인류 종말을 계획한다. 윤 박사의 아들 윤강이 전투 로봇 스틸레이에 탑승하고 특수 조직 쉐도우와 함께 반격에 나선다. AI의 반란이라는 소재를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이 재밌다.

공개된 예고편은 이러한 제작 방식이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영상 초반에는 미래적인 도심과 AETERN이라는 첨단 기업의 건물이 등장하고, 연구원과 주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사건의 윤곽을 빠르게 보여준다. AI가 자율적으로 예측한다는 대사는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스틸레이'의 등장은 마블 히어로 '아이언맨'이 떠오르기도 한다.

흰색 계열의 다족형 및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도심을 질주하고 인간과 충돌하면서 무장한 특수부대와 군용 차량, 탱크, 헬리콥터 등이 등장한다. 폭발과 총격, 차량 충돌이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후반부에서는 검은색 강철 슈트를 입은 스틸레이가 등장하여 로봇과 군대를 상대로 싸우고, 공중으로 솟구치거나 도심에 강하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헬리콥터 폭발과 건물 파손, 공중 격투 등은 짧은 예고편 안에 상당한 규모의 액션 스펙터클을 압축해 놓은 인상이다.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여전히 AI로 제작된 느낌은 있지만, 빠른 컷 편집과 시네마틱 록 계열의 음악, 묵직한 효과음이 결합되면서 AI의 발전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스틸레이'의 중요한 성과로 볼 만하다. 기술 시연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기존 SF 영화의 문법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인물 표현에서도 생성형 AI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물들이 놀라거나 분노하고 소리치는 등의 감정 표현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한국어 대사와 입 모양 역시 과거 생성형 영상에서 흔히 보였던 이질감이 상당 부분 줄어든 모습이다. 빠른 편집을 활용한 덕분에 AI 생성 인물 특유의 미세한 불안정성이 장면 전체의 몰입을 크게 깨뜨리지도 않는다.

제작사 측은 '스틸레이'의 핵심을 단순한 제작비 절감이 아니라 제작 공정 자체의 변화로 설명한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AI를 활용해 미래 도시와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콘셉트 비주얼을 구현하고, 메인 프로덕션과 후반 작업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투 병기 디자인, 바이러스 재난 장면의 VFX와 배경 디자인 등에 AI 생성 기술을 활용했다. 이미지·비디오 업스케일링과 스타일 트랜스퍼 등을 통해 후반 보정 과정도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영화 제작에서 콘셉트 아티스트, 3D 모델러, VFX 아티스트, 배경 제작진 등 여러 전문 인력이 순차적으로 담당했던 작업을 AI 도구를 중심으로 하나의 제작 파이프라인으로 재구성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결국 AI가 영화 산업에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한 사람이 기존보다 더 많은 제작 단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물론 실제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판단하려면 장편 본편에서 캐릭터와 세계관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액션 장면의 물리적 설득력이 어느 정도인지, AI 생성 이미지 사이의 연결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개된 예고편만 놓고 보면 '블록버스터급'이라는 표현이 완전히 과장된 홍보 문구로만 보기도 어렵다. 이 짧은 영상 안에서 보여주는 도시 규모와 로봇 디자인, 슈트 액션, 공중전 등의 시각적 스케일은 저예산 영화라는 선입견을 일정 부분 무너뜨린다.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미 영화 제작자가 가질 수 있는 제작 시스템으로 진입하고 있다. '스틸레이'는 큰 비용을 필요로 하는 SF 장르에서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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