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강하늘 목소리 연기…구병모 원작 '아가미' 애니메이션으로 만난다

세상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의 구원…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구병모의 ‘아가미’

사진=(주)엣나인필름/(주)연필로명상하기 제공
사진=(주)엣나인필름/(주)연필로명상하기 제공

구병모 작가의 대표작 '아가미'가 애니메이션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다. 깊은 물속에 던져진 뒤 아가미가 생겨난 소년 곤의 이야기가 안재훈 감독 특유의 회화적인 애니메이션 세계와 만났다. 원작이 지닌 서정성과 잔혹한 정서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확장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작품은 깊은 물속에 던져진 날 아가미가 생겨난 세상 유일의 아이 곤의 이야기를 그린다. 30여 년간 한국 애니메이션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연필로 명상하기' 소속의 안재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안재훈 감독은 '소중한 날의 꿈', '무녀도' 등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미학을 꾸준히 선보여온 연출자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의 아름다운 서사와 더불어, 회화적 표현과 판타지적 상상력을 통해 곤이 살아가는 물의 세계를 더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공개된 예고편은 어두운 심해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물고기 떼 사이를 가르는 소년의 움직임과 그를 스쳐 지나가는 인물의 모습은 곤이 인간의 세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어 "그 인어 남자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라는 질문과 "이야기가 길어질 텐데 괜찮아요?"라는 대사가 겹치면서 곤을 둘러싼 과거가 하나의 서사로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밤의 호숫가에서 쓰러진 소년이 발견되는 장면은 이야기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소년의 귀 뒤에서 발견된 상처와 함께 목덜미에 자리한 세 줄기의 아가미가 보이고, '세상에서 완벽히 버려진 거지'라는 문구가 나온다.

특히 예고편에서 인상적인 것은 인간의 세계와 물의 세계를 대비시키는 방식이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과 깊은 물속으로 침잠하는 장면, 샤워기 아래에서 자신의 비늘을 드러낸 채 눈물을 흘리는 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곤에게 '물'은 자신의 정체성을 감춰야 하는 공간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갖게 한다.

구병모의 '아가미'는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현재 출간된 리커버판 기준 독자 평가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위즈덤하우스는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과 소외된 이들의 눈부신 잔혹동화"로 소개한다.

소설의 가장 독특한 점은 아가미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데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곤에게 아가미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다. 물속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인간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한다. 결국 곤의 신체적 변화는 정상적인 사회의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의 고립을 상징하는 장치로 읽힌다.

곤에게 새로운 이름과 삶을 건네는 강하, 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 해류 등 주변 인물 역시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가진 존재들이다.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구원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생존과 치유에 가까운 정서를 보여준다.

구병모 특유의 강렬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문장 역시 작품의 핵심이다. 독자들의 평가에서도 작품의 독특한 소재뿐 아니라 문장 표현, 물과 비늘을 묘사하는 서정성, 곤과 강하의 관계가 남기는 여운 등이 꾸준히 호평받고 있다.

목소리 연기에도 기대감이 높다. 정해인이 아가미를 가진 신비로운 존재 곤을 맡았으며, 강하늘은 강하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이청아는 곤의 도움을 받는 해류, 유재명은 곤을 구해주는 노인, 뮤지컬 배우 김선영은 곤의 세계를 뒤흔드는 이녕으로 참여했다.

예고편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캐릭터의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상처와 관계의 깊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특히 곤의 대사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죄책감, 강하의 거칠고 격앙된 감정이 대비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영화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가미'는 국내 개봉에 앞서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 장편 부문을 비롯해 런던프라이트페스트, 볼로냐24프레임퓨처필름페스티벌, 도쿄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특히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히는 만큼, 국내 개봉 전부터 작품의 애니메이션적 완성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한편 '아가미'는 내달 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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