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페이지에 그치는 포켓북 모양의 '입에 대한 앙케트'는 녹취록 콘셉트를 취하고 있다. 각 챕터의 제목에 m4a 확장자까지 넣어서 마치 괴담과 관련된 녹취록을 읽어 내려가는 기분이다.
아주 짧고 간결한데다 작가의 다른 소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처럼 모큐멘터리 형식이라서 술술 읽힌다. 5명의 대학생들이 각자의 입장을 전하는 내용이라서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담력 시험을 위해 공동묘지로 향하는 대학생들이 각자 서늘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서 마치 괴담 유튜브를 듣는 느낌이다.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훌륭한 공포 소설은 보통 독자가 사건을 직접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묘사가 잘 되어 있다. 공동묘지에서 경험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녹취록은 사건이 끝난 뒤에 증언하는 방식이다. 현재 진행형으로 묘사하며 긴장감을 주는 소설과는 다르다.
처음에는 공동묘지 옆에 있는 저주의 나무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쇼타와 다쓰야, 그리고 '안'이라는 여성과의 삼각관계로 기울어진다. 그저 담력 시험을 위한 공포 체험단의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그들을 공동묘지로 끌어들인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녹취록이 서로 일치하는 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을 유발한다.
결말은 의외로 싱거운 편이다. 저주의 나무에 소원을 빌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설정부터 그리 낯설지가 않다. 한 대학생의 제안으로 공동묘지로 향했다는 것부터 너무 쉽게 퍼즐이 맞춰지니 그리 섬뜩한 면은 없었던 것 같다.
작가는 사람들이 퍼뜨리는 말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건들은 모두 입에서 비롯됐다. 공동묘지와 저주의 나무 소문, 죽음을 원하는 소원 등등 계속 입으로 전파되면서 공포와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입에 대한 앙케트'는 소문과 집단 심리, 입이 어떻게 재앙을 만드는가를 다룬 실험적인 공포에 가깝다.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비약이 좀 보이고 메시지도 다소 가벼워서 결말의 충격이 약한 편이다. 대신에 점점 호기심을 자극하는 괴담 유튜브를 한 편 들은 느낌이라서 지루할 틈은 없었다.
한편 세스지 작가의 '입에 대한 앙케트'는 영화로 제작되어 내달 2일 열리는 제30회 부천국제영화제(BIFAN)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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