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실낙원'이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실종된 아들을 9년 만에 되찾은 엄마와 기억 속 아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과 집착, 인간의 욕망을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다.
영화는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 류선우를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소영은 그동안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선우를 재현하며 상실을 견뎌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실제 선우가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소영이 의지해온 기억과 현실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공개된 예고편만 보더라도 꽤 흥미롭다. 연상호 감독이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실낙원'을 자신이 가진 이야기 가운데 최고의 어두운 이야기라고 표현하며, AI로 되살린 아이와 9년 후 살아 돌아온 진짜 아이 사이에서 한 어머니가 어두운 심연에 빠지는 처절한 투쟁기라고 설명한다.
예고편의 출발점은 아들의 실종이다. 과거 사건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소영의 모습과 함께 '흔적 없이 사라진 아이들'이라는 문구가 등장하고, 소영이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이는 AI 기술을 통해 사라진 아들의 모습을 재현하고 그 존재에 기대어 살아온 소영의 시간을 암시한다.
소영이 만들어낸 가상의 아들과 현실에 나타난 진짜 아들의 대비는 곧 영화의 핵심적인 불안으로 전환된다. '죽었던 아들이 돌아왔다'는 문구와 함께 9년 만에 성장한 선우가 등장하고, 주변에서는 이를 기적이라 말하지만 정작 소영에게는 그 순간부터 또 다른 공포가 시작된다.
예고편 속 선우는 단순히 기적적으로 돌아온 피해자가 아니다. 배현성이 연기한 선우는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낯선 분위기로 소영을 끊임없이 흔든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 아들과 눈앞에 존재하는 성인이 된 아들의 간극이 커질수록 관객 역시 돌아온 아이가 정말 엄마가 알고 있던 선우인가 맞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김현주는 류소영 역을 맡아 연상호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다. 지옥 시리즈와 정이, 선산에 이어 연상호 감독 작품에 연이어 출연해온 김현주는 이번 작품에서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기적처럼 돌아온 아들을 향한 불안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인물을 맡았다. 한 사람 안에서 애도와 환희, 의심과 집착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배우의 감정 연기가 작품의 긴장감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제목인 실낙원은 작품의 핵심적인 아이러니를 압축한다. 소영에게 AI 속 어린 선우가 존재하는 세계는 잃어버린 아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종의 낙원이었지만, 진짜 아들이 돌아오는 순간 그 낙원은 오히려 무너지기 시작한다. 예고편 말미 소영이 "내 아들은 너 하나야, 선우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들을 되찾았다는 안도보다 누가 진짜 내 아들인지를 둘러싼 집착과 불안을 더욱 강하게 암시한다.
영화는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 돌아왔다는 설정을 출발점으로 AI와 기억, 상실과 애도,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한 관계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을 결합한 작품으로 보인다. 연상호 감독이 그동안 좀비, 재난, 지옥, 초능력 등 장르적 장치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드러내왔다면, 이번에는 잃어버린 자식을 되찾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을 공포와 스릴러의 영역으로 확장한 셈이다.
'실낙원'은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오는 10월 국내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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