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의 유명 휴양 도시 카를로비바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려다 제작비를 모두 잃어버린 영화팀의 기막힌 생존기가 펼쳐진다.
영화 '카를로비바리'는 제작비를 날려버린 신인 감독과 스태프들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 생존극이다. 독일 베를린 인디 필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다. 현실적인 영화 제작 환경을 유쾌한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이야기가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개된 예고편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누군가 다급하게 촬영장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PD는 도망가고 예산은 증발했다"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패닉에 빠진 스태프들의 표정과 혼란스러운 현장이 이어지며, 한순간에 영화 제작이 파탄에 이른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작비와 투자금이 사라진 상황에서 인물들의 갈등은 더욱 거칠어진다. "이거 완성 못하면 너 죽고 나도 죽는 거야! 무조건 찍어!"라는 절박한 대사가 등장하고, 곧이어 "이건 영화가 아니라 생존이다"라는 카피가 화면을 장식한다.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집념과 현실적인 압박이 충돌하면서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독립영화 제작 현장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영화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는 해외 로케이션을 포기하고 내놓은 기상천외한 대안이다. 당초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서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제작비가 사라지면서 "카를로비바리 가지 말고 여기 대한민국 경기도에서 찍자!"는 황당한 타협안이 나온다.
체코의 휴양 도시를 재현해야 할 장소는 초록색 크로마키와 허술한 세트장으로 바뀐다. 푸른 크로마키 앞에서 생소한 촬영에 임하는 배우와 텅 빈 창고 같은 공간은 당초 거창했던 영화의 계획과 처참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낸다. 예고편은 이 간극을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B급 감성의 코미디로 전환한다.
여기에 영화 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든 끌어모으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부터 속옷 차림으로 당황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면서 팀원들의 좌충우돌이 이어진다. 각자의 사정으로 모인 사람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과정이 작품의 핵심적인 앙상블로 작동할 전망이다.

배우들의 조합 역시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이제연은 뜻밖의 악재로 벼랑 끝에 몰린 신인 감독 박성재를 연기한다. 오지호는 사태 수습에 나서는 사촌 형 차진철 역을 맡아 이제연과 티키타카를 펼친다. 신지원은 촬영감독 강하나, 강희만은 섬세한 성격의 사운드 감독 김건으로 등장한다. 이명훈은 중식당에서 웍을 잡다가 얼떨결에 CG 작업에 투입되는 은둔 고수 CG 프로그래머 전종필을 연기하며 예측 불가능한 웃음을 담당한다. 박시연 역시 배우 최미소 역으로 합류해 크로마키 촬영이라는 낯선 상황에 당황하는 인물을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이용석 감독은 '페스터', '포킴스: 네 남자의 이야기', '태원장' 등을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자극적인 설정에 의존하기보다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람들의 관계와 상황 자체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무엇보다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설정이다. 예고편 속 인물들은 영화를 찍는 동시에 영화 제작에 필요한 돈과 장비, 장소, 인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싸운다. 특히 체코 로케이션을 경기도 크로마키 촬영으로 대체하는 설정은 독립영화 제작 현장에서 벌어질 법한 궁색한 타협을 과장된 코미디로 변주한 대목이다.
"진짜 영화는 지금부터다!"라고 외치며 손을 모으던 이들은 장비와 제작비 견적 앞에서 다시 현실과 마주한다. "전부 다 합치면 8~900 정도 될 겁니다"라는 말에 기세등등했던 성재가 곧바로 "우리 처음부터 다시 얘기할까? 얼마라고?"라고 되묻는 장면은 이 작품의 유머와 정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작비 0원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청춘들의 집념을 웃음으로 풀어내면서, 동시에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와 동료애까지 담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코믹한 상황극과 배우들의 앙상블, 독립영화 제작 현장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시선이 어우러진 영화 '카를로비바리'는 내달 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