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감성 청춘 드라마로 재해석된 바디체인지

코미디 벗고 서정성 입은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뷰티 인사이드' 잇는 섬세한 울림

사진=뱅가드/홀리가든 제공
사진=뱅가드/홀리가든 제공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익숙한 설정이 감성 청춘 드라마로 나온다. 영화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는 15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감각적인 드라마다.

이 영화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서로의 몸이 뒤바뀐 두 소년 소녀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 채 15년 동안 서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미지마 가나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사카시타 유이치로 감독, 요시네 쿄코와 타카하시 카이토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몸이 바뀐다'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바디체인지 장르는 그동안 서로 다른 성별이나 세대의 몸을 경험하면서 벌어지는 오해와 소동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는 감성 드라마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사카시타 유이치로 감독은 원작을 처음 읽은 뒤 "단순한 바디체인지물이 아닌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잠시 몸이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는 설정에서 영화의 핵심적인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감독은 영화의 방향성을 잡는 과정에서 한국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매일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이를 과장된 코미디가 아닌 조용하고 섬세한 멜로드라마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와 맞닿아 있다.

감독은 리쿠가 여성의 외형을 갖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성을 과장해 웃음을 만드는 방식은 작품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출판사 프레젠테이션 단계부터 "코미디 터치로 하지 않는다"라는 방향을 제시했고, 영화 역시 몸이 바뀌었다는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두 사람이 겪게 되는 삶과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예고편은 맑은 피아노 선율과 함께 "15년 전, 우리의 몸은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고등학생이었던 두 사람과 서른 살이 된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15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두 사람 역시 언젠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가족과의 관계, 진로, 사랑, 결혼 등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은 상대방의 몸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예고편 후반부를 보면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와서 우리가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건 이기적인 것 아니냐"라는 말에 남자는 "나는 돌아가고 싶어! 진짜 내 모습을 되찾고 싶은 게 왜 이기적인 거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15년 동안 억눌러왔던 정체성의 혼란과 분노를 폭발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갈등이 어느 한쪽으로 쉽게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5년 동안 상대방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가족과 인간관계, 기억과 감정까지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할 수 없다는 감정이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작품의 핵심이다. 사카시타 감독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설정을 설득하기 위해 연기력과 기술을 갖춘 배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요시네 쿄코는 촬영 전 극 중 부모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미리 만나고 캐릭터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등 인물의 감정을 구체적인 경험으로 쌓아갔다. 감독은 특히 그녀의 눈물 연기를 인상적으로 평가했다. 타카하시 카이토 역시 리딩 단계부터 이미 '마나미'처럼 보였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기보다 머금고 기다리는 호흡, 긴 침묵을 견디는 연기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익숙한 바디체인지 소재를 아름답고 서정적인 청춘 드라마로 변주한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는 내달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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