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팀(Steam)에서 제대로 된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을 찾고 있다면 '레이븐스워치(Ravenswatch)'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은 전작 '커스 오브 더 데드 갓즈'로 실력을 입증한 파스텍 게임즈(Passtech Games)의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으로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된 동화 속 영웅들의 사투를 그려낸다.
레이븐스워치는 로그라이크 장르답게 빌드업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초반에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특정 스킬과 아이템을 갖추는 순간 폭발적인 속도감과 파괴력을 갖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도적 캐릭터인 '스칼렛'의 빌드업을 들 수 있는데 로그라이크 장르가 줄 수 있는 설계의 재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시 쿨타임을 줄여주는 '까마귀의 날개'와 대시 후 타격을 가하는 '이중 타격', 대시할 때 검을 던지는 '스파이크 폭격'이 조합되는 순간 스칼렛은 맵 전체를 휘젓는 초인적인 암살자로 거듭난다.
물론 로그라이크 장르의 특성상 원하는 아이템이나 특성이 매번 완벽하게 나와주지는 않는다. 10번의 플레이 중 제대로 된 빌드가 완성되는 경우는 1~2번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바로 그 희소성 덕분에 짜릿한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며, 유저들 사이에서도 '반복 플레이의 미학'이라 불릴 정도로 이 게임만의 중독성이 형성된다.
제작진의 캐릭터 해석 능력 또한 괜찮은 편이다. 손오공이나 멜루신 같은 영웅들은 각각의 전설에 걸맞은 독특한 전투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파워 스킬 비중이 높은 캐릭터들인데 '까마귀의 발톱' 아이템을 3개를 얻게 되면 대미지를 40% 이상 끌어올리는 세트가 이뤄진다. 각 캐릭터들마다 게이머들의 실험 정신과 공략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강력한 캐릭터 중에 알라딘이 있다. 이 남자는 초반에 공격 포인트라는 것이 있어야 원활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빌드업만 제대로 쌓으면 흔히 게임계에서 말하는 '절명' 대미지가 나온다. 가장 높은 레벨에서 얻을 수 있는 '빠른 비행'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돌진한 적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기술이다. 이 남자에게 대시 쿨타임을 줄여주고, 돌진 시 통과하는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금강저'와 취약 효과를 부여하는 '척결의 반지' 마법 물체를 결합하면 과장하지 않고 청소하듯이 적들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최적의 동선을 짜야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성격도 띠고 있다. 리롤에 필요한 소중한 자원인 '별'을 어떻게 소비할지, 어떤 이벤트를 먼저 공략해 성장을 앞당길지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운이 좋다면 출발 지점에서 가까운 '천리안의 탑'을 통해 바로 레벨을 올려 빌드업의 빠른 판단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도 모두 로그라이크 장르가 주는 재미 중 하나라는 것을 게이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서비스되며 꾸준히 이루어진 업데이트 역시 신규 유저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근 유료 DLC로 추가된 마법사 멀린은 제작진의 깊은 연구가 엿보인다. 이 캐릭터는 각 특성과 기술의 조합을 통해 여러 속성의 마법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염구' 마법에 힘이 상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번개와 얼음, 자연 마법의 조화가 필요한 면은 있으나 결국에는 '화염구'를 업그레이드하는 '화염 연발' 특성으로 빌드업하는 것이 가장 속이 편하다. 여기에 사실상 '화염 연발'로 업그레이드를 재촉하는 것으로 보이는 '비전 룬'도 있어서 사실상 멀린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화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는 27일에는 새로운 적과 스테이지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어 게임의 생명력은 여전히 왕성하다.
혼자서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재미도 훌륭하지만, 최대 4인까지 지원하는 협동 모드에서 영웅 간의 시너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펜싱과 사격 캐릭터로 각각 거듭난 로미오와 줄리엣은 협동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특성들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을 단순히 협동 캐릭터로만 보면 안 된다. 두 캐릭터 역시 대시 쿨타임을 줄여주면 꽤 강력한 빌드업이 완성된다. 특히 줄리엣은 기본 공격인 권총 사격에서 파워(강력한 사격)의 확률을 높여주는 특성만 키워주면 거의 기관총을 난사하는 미친 캐릭터를 볼 수 있다.
레이븐스워치는 로그라이크의 전통적인 재미를 계승하면서도 캐릭터 개성과 빌드의 화력을 극대화하였다. 한 번 제대로 된 빌드의 맛을 보고 나면, 이 게임만의 중독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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