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의 게임 '귀무자'가 돌아온다는 소식과 함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인왕처럼 어려우면 어쩌지?" 인왕 시리즈는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지만,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항목이 지나치게 많았다. 기력, 잔심, 자세, 장비 옵션, 스킬, 적의 속성 등등 익숙해지면 깊이가 있어서 재미는 있지만, 솔직히 전투 중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귀무자 검의 길'은 기력 게이지를 공격과 이동에 묶지 않았다. 그동안 소울 라이크 게임들이 계승해온 시스템을 전면 거부한 셈이다. 물론 이 게임도 기력 게이지가 있다. 기력 게이지가 전부 깎이면 방어를 하더라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패링을 적당히 하면서 적의 빈틈을 노려서 공격해야 하는 건 동일하지만, 인왕처럼 복잡하지가 않아서 좋다.
이 게임은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패링, 즉 쳐내기만 잘 하면 이긴다는 것이다. 그저 타이밍에 맞춰서 방어를 누르면 '받아넘기기'라고 해서 주인공의 기력 게이지를 깍지 않으면서 상대의 동작을 무너뜨린다. 이것보다 방어와 함께 상호작용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발동하는 '쳐내기'가 더 유용하다. 상대의 기력 게이지를 더 많이 깎아 내는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무조건 써야 하는 기술이다.
물론 일부 악당들과 보스들은 회피 버튼을 눌러야 막아내는 기술을 쓰기도 하고, 패링으로만 막아내는 기술도 있다. 다만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아서 인왕처럼 머리를 복잡하게 쓸 필요가 없다. 나중에는 쳐내기와 회피 버튼으로만 해도 무난하게 즐기게 된다. 마지막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완전각성'이 되면 드디어 '일섬'의 맛을 보게 된다.


일섬은 이 게임을 다시 한번 즐기게 하고 싶은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단순히 높은 대미지를 주는 기술이 아니라 적의 패턴을 읽으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쓰는 멋진 기술이기 때문이다. 성공만 하면 전투의 흐름을 뒤집어 버리는 놀라운 기술이다. 물론 실패하면 그대로 대미지를 받지만, 상대의 공격 패턴이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쉽게 발동된다.
보통 좋은 게임은 다시 한번 즐기고 싶은 '맛'이 있어야 한다. 보통 랜덤으로 아이템을 조합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 그런 희열을 준다. 귀무자는 인왕에 비해서 상대의 공격 패턴을 제법 이른 시간에 익힐 수 있어서 일섬과 같은 멋진 기술을 무리 없이 시도할 수 있다. 같은 보스를 다시 만날수록 예전처럼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부터는 쳐내기는 기본적으로 하게 되면서 때때로 일섬도 노려보면 실제로 플레이어가 강해졌다는 감각이 생기게 된다.
보스전 연출 흐름도 나쁘지 않다. 칼을 맞대는 겨루기나 보스의 기력을 모두 깎아낸 다음에 신체 부위별로 공격해서 보너스를 얻는다는 설정이 있어서 단조로운 패링 반복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완전각성이 가능해지면 일섬을 더 과감하게 노리는 재밌는 전투가 벌어진다.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에 귀무자 오의로 털어내는 흐름은 귀무자다운 클라이맥스다. 단순히 무적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이 아니라 언제 승부를 볼 것인지 계산하는 일이니까.


인왕 시리즈를 할 때는 모두 클리어하고 엔딩을 본 이후에 보스와 재대결한다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콘텐츠 양도 많았지만, 장비 파밍이라는 것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귀무자는 그동안 소울류 게임들이 계승한 복잡한 시스템들을 해소해 준 게임이다. 그런 가벼운 시스템이 다시 도전할 이유를 준 것이고, 그 끝에 '일섬'의 손맛이 있다.
'귀무자 way of the sword'는 다른 소울 라이크 게임들처럼 긴장감 있는 보스전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기력 관리와 지나친 제약이 아니라, 받아치고 베는 쾌감으로 긴장감을 완성한 게임이다.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까지 만족시키면서, 너무 피곤해서 못하겠다는 게이머들까지 놓치지 않은 아주 영리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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