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지 3일 만에 살아난다는 설정은 영화 전체의 중심을 잡아줄 굉장히 좋은 소재로 보인다. 취업도 안 되고 삶이 막막한 청년이 갑자기 죽음을 초월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공포, 죄책감, 해방감,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한다. 이만한 희열이 또 있을까.
문제는 그 주인공인 석환(구교환)이 "내가 왜 살아난 거야?"라는 인간적인 혼란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자기 집을 습격한 외국인 용병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당한 석환이 바로 그들의 위치를 알아내더니 야구방망이를 들고 복수전 모드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너무 앞서가는 석환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석환이 자신의 몸을 확인한다든가 죽은 기억 때문에 악몽을 꾼다든가 동생 예린(김시아)이나 절친 영하(강기영) 앞에서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장면을 생략했다면 이해할 법하다. 액션의 속도를 늦추는 군더더기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삭제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액션의 무게감마저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석환이 자기 힘과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블랙(신승호)은 석환의 물리적인 힘과 대비하기 좋은 캐릭터다. 석환은 몸으로 버티고, 블랙은 정신을 파고드는 장면은 수많은 히어로 작품에서 봤지만, 대결 구도 자체는 꽤 근사하다. 이상한 점은 이렇게 위험한 블랙을 통제하는 조직이나 상사도 특별한 보험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그의 마인드 컨트롤이 무한해 보였다는 점이나, 갑작스럽게 아주 흔한 약점을 노출시킨 점도 긴장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분명히 이 영화에는 단순한 초능력 영화 이상의 가능성이 있었다. 계속 낙방만 하는 취업 준비생이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설정을 통해 사회적 좌절과 같은 감각이 잘 붙을 수 있었다. 아무리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청년이라는 은유가 자연스럽게 생기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 의미가 결말에서 와닿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이 영화가 그 은유를 충분히 쌓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석환에게 부활 능력이 어떤 식으로 축복이자 저주가 되었는지, 마지막에 무엇을 선택하며, 어떤 사람으로 변했는지 더 선명했어야 한다. 거대한 실험 시설, 색으로 분류된 실험체, 불멸을 탐하는 조직 등으로 이야기가 발전하면서 취준생과 가족 관계에서 나오는 감정선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블랙도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사연이라는 것이 있는데, 중간 이음새와 감정 축적이 약해서 들여다볼 여지가 별로 없다.
대신에 이 영화는 객관적으로 보면 스케일이 꽤 크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기지 안에서의 격투 액션, 함선의 붕괴, 특공대 투입으로 인한 사격전 등 볼거리도 좋고 타격감도 나쁘지 않다. '하이파이브'처럼 액션 자체는 꽤 활기차서 절대 무기력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속도가 꽤 빨라서 흥분할 준비조차 안 준다는 점. 장면과 장면 사이의 호흡이 없다시피 해서 감정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부활남 더 레드'는 원작 웹툰의 빠른 전개와 관객이 좋아할 만한 액션의 외형은 갖췄지만, '부활'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소재를 너무 급하게 소비해 버린 것 같다. 석환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가족애에 대한 시간을 좀 더 줬다면, 결말에서도 어느 정도 여운이 남았을 것이다. 부활할수록 강해져서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히어로는 있지만, 관객들은 그가 왜 다시 살아가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것 같다.
영화 '부활남 더 레드'는 오는 30일 개봉하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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