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다슬 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 '혀'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제33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영화제의 미드나잇 단편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25년에 개최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국내 영화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이번에 수상한 미드나잇 단편 경쟁 부문은 호러, 다크 코미디, 스릴러 등 강렬하고 실험적인 장르 영화들이 경합을 벌이는 섹션으로 분류된다. 한국 영화가 이 특정 섹션에 초청되어 실제 수상의 결과까지 이끌어낸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취로 기록될 만하다.
SXSW 영화제 공식 스케줄의 영문 소개란을 살펴보면, 이 영화는 남편의 끊임없는 수다를 견디다 못한 아내가 결국 그의 혀를 직접 잘라낸다는 파격적인 시놉시스를 보여준다. 영화제 심사위원단 역시 이러한 서사를 두고 남편의 쉴 새 없는 맨스플레인에 시달리는 아내의 모습을 날카롭고 풍자적인 시각으로 묘사해 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닝타임 내내 단 한 마디의 대사조차 소화하지 않는 아내의 독창적이고 침묵하는 시점이 오히려 관객의 극적 몰입을 유도한다는 점이 심사위원단의 주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이와 더불어 서사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인상적인 음악과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주연 배우들의 화면 장악력이 작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야후 뉴스(Yahoo News)와 미국 매체 더랩(TheWrap) 등 다수의 유력 해외 언론들 또한 일제히 '혀'의 미드나잇 단편 경쟁 부문 수상 소식을 전하며 한국 장르 영화의 행보에 주목했다. 이러한 해외 매체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영화가 지닌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은 시각적 은유와 블랙 코미디 요소가 북미 지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설득력을 지녔음을 방증한다.

영화 '혀'는 부부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관계망 속에서 발생하는 돌발적인 비극을 호러와 코미디라는 두 가지 상반된 장르적 문법으로 결합해 냈다. 감독은 상호 소통의 완전한 단절이라는 추상적인 상황을 신체 훼손이라는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비주얼로 치환하여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품 서사의 근간을 이루는 캐릭터 구조는 가부장적 권력의 상징인 남성의 맨스플레인과 그에 대비되는 여성의 물리적 침묵이라는 대조 방식을 통해 형상화된다. 억압적인 언어로 공간을 통제하려는 남편에 맞서 아내가 선택한 완전한 침묵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전복적인 저항의 도구로 작용한다.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빈번하게 목격되는 일방적 권력관계의 모순과 의사소통의 실패 과정을 노골적으로 은유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잘려 나간 남편의 혀는 억압을 공고히 하던 지배 수단이 소멸하는 과정을 시각화함과 동시에, 피지배자의 물리적 해방을 알리는 그로테스크한 장치로 소비된다.
'혀'가 해외 영화제에서 거둔 이번 수상 실적은 BIFAN이 국내 신인 감독 발굴의 등용문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결과물이다. 다가오는 7월 2일에 부천시 일대에서 개막하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이처럼 실험적인 국내 단편 영화들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