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관 감독의 신작 장편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하나의 카페를 배경으로 네 쌍의 남녀가 스쳐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네 가지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번 31회 BIFF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엮는다는 설정은 김종관 감독의 전작 '더 테이블'을 떠올리게 한다. 김종관 감독은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으로 이름을 알린 뒤 '조금만 더 가까이(2010)',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7)', '조제(2020)', '아무도 없는 곳(2021)'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영화적 결을 구축해왔다.
'최악의 하루'는 한 여성이 하루 동안 여러 남자를 만나면서 겪는 관계의 혼란을 잔잔한 멜로와 유머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당시 작품은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더 테이블'에서는 더욱 과감한 형식으로 발전했다.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을 찾은 네 팀의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화면에서 크게 움직이는 사건은 많지 않지만 대화와 표정, 눈빛만으로 인물들의 과거와 관계를 관객이 직접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당시 평단 역시 단조로울 수 있는 구조를 리드미컬한 흐름과 배우들의 호흡으로 채웠다고 평가했다.
김종관 감독 스스로도 '더 테이블'을 '최악의 하루'에서 다뤘던 형식을 더욱 발전시킨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최악의 하루'가 한 인물이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며 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더 테이블'은 같은 카페의 같은 자리에서 사람이 바뀌며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였다. 그런 면에서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김종관 감독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형식의 또 다른 변주로 볼 수 있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조제'에서는 특유의 영상미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강점으로 꼽혔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김종관 감독 특유의 정서와 영상미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김종관 감독의 스타일이 더욱 짙어졌다. 소설가 창석이 여러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조를 통해 죽음과 상실, 늙음과 이별을 바라봤다. 김종관 감독은 당시 작품을 통해 삶의 어두운 부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한 카페를 무대로 네 쌍의 남녀를 등장시킨다. 김민하와 주종혁이 연기하는 유진과 현오, 한선화와 장률이 연기하는 상미와 영민, 심은경과 이희준이 연기하는 혜진과 동남, 전소영과 김동휘가 연기하는 나경과 종수가 각각 다른 시간과 관계 속에서 만난다.
카페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감정을 확인한 뒤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런 공간적 특성은 김종관 감독이 그동안 관심을 가져온 감정과 맞닿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이번 작품을 두고 김종관 감독이 오랫동안 탐색해온 영화적 관심사와 스타일, 시선, 세계가 '잠정적인 완숙'에 이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설정이나 과격한 전개 없이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한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한편 제31회 BIFF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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