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진 프리뷰] 칸에서 영국 아카데미까지…‘센티멘탈 밸류’가 증명한 거장의 무게

제78회 칸 심사위원대상 이어 BAFTA 8개 부문 노미네이트…2026년 세계 영화계 중심에 서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사진=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 '센티멘탈 밸류(Sentimental Value)'가 2026년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제78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유럽영화상(EFA) 주요 부문을 휩쓴 데 이어, 제79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총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올해 가장 강력한 예술영화 중 한 편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인간관계의 복잡한 결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번에는 한 부녀를 통해 누구보다 가깝지만 누구보다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 시간이 흘러도 쉽게 봉합되지 않는 기억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화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재회하게 된 두 자매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와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 오랫동안 가족을 떠나 있었던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때 명망 높은 영화감독이었던 구스타브는 자신의 복귀작에 딸 노라를 캐스팅하려 하지만, 노라가 단호하게 거부한다. 결국 그 배역은 할리우드 스타 레이첼 켐프(엘 패닝)에게 돌아가고, 가족의 오래된 저택에서 촬영이 진행되면서 묻어두었던 상처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공개된 예고편만 봐도 이러한 갈등 구조를 섬세하게 압축해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텅 빈 극장의 무대 위에 선 두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왜 그 역할을 맡지 않았어요?"라는 질문에 노라는 "전 아빠랑 일 못 해요. 아빠는 아주 어려운 사람이에요"라고 답한다. 단 한 문장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깊은 균열이 있는지 드러난다.

이후 화면은 북유럽 특유의 정취가 살아 있는 목조 주택과 숲, 해변을 차례로 비춘다. 인물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포옹을 나누지만, 평화로운 풍경과 달리 관계는 불안정하다.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는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삼킨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이러한 갈등을 극적인 폭발보다 잔잔한 분위기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예고편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감정을 공유하는 듯하지만 쉽게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 거실에 흐르는 정적, 복도를 지나치는 시선 하나까지도 관계의 거리감을 이야기한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사건보다 감정을, 대립보다 침묵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연출을 보여준다.

사진=GREENNARAE MEDIA 유튜브 캡처

여기에 경쾌한 팝 음악이 더해지며 독특한 리듬감을 만든다. 중반부 이후 예고편은 인터뷰 현장, 파티, 연인들의 순간, 아이를 안아 올리는 장면 등을 빠르게 교차 편집한다. 기쁨과 상실, 사랑과 후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삶 자체를 포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단 한 편의 영화로 하나의 삶을 살아내는 경험'이라는 찬사가 예사롭지 않다. 한 가족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남다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칸 영화제를 사로잡았던 레나테 레인스베는 다시 한번 트리에 감독의 페르소나로 나서 상처와 분노, 애정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노라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후회와 자기애, 사랑을 동시에 품은 아버지 구스타브를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엘 패닝의 캐스팅 또한 흥미롭다. 그녀는 구스타브가 딸 대신 선택한 존재라는 점에서 갈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로 기능한다.

예고편 후반부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너희는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야"라고 말하지만 곧바로 돌아오는 질문은 날카롭다. "최고라고요? 그런데 떠났어요?" 가족은 소중하지만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 이 영화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사랑과 원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칸 영화제와 유럽영화상, 그리고 BAFTA가 이 작품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한 관계 안에 숨어 있는 낯선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다시 한번 동시대 가장 중요한 작가 감독 중 한 명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