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영화의 감정을 만화의 언어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연출 미학

후지모토 타츠키의 시네필적 감수성이 완성한 독특한 하이브리드 시네마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레제 편'은 '체인소 맨' 시리즈 중에서 가장 영화적인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다. TV 애니메이션 1기는 세계관 소개와 덴지의 성장, 마키마라는 수수께를 구축하는 단계였다. 레제 편은 처음으로 후지모토가 가진 영화광적 감수성이 서사의 중심으로 폭발한다. 그런 면에서 레제는 영화적으로 등장하기 딱 좋은 캐릭터다.

'폭탄'이 가진 감성을 상상해 보자. 사무라이는 소드는 검극이 되고, 총의 악마는 재난에 가깝지만 레제는 액션과 로맨스를 동시에 잡는다. 처음에는 마치 청춘영화 여주인공처럼 등장한다. 비가 오는 날에 수영장이나 학교 앞에서 유혹을 하고, 그 순간 로맨스 장르는 테러 영화처럼 돌변한다. 이때부터 폭발음과 함께 괴수 영화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변주는 상당히 영화적이다. 후지모토 작품을 보면 캐릭터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 때가 많다. 만화인데도 그에 따른 콘티가 절로 떠오르는 면이 있다.

후지모토는 오마주를 단순 인용하지 않는다. 특정 작품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만의 기억으로 영화적 감정을 재조합한다. 그 때문에 일부 팬들은 오마주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기도 하지만, 영화가 주는 감정은 그대로 전달된다.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강점을 그대로 계승한 것처럼 말이다.

사실 레제는 '체인소 맨'에서 비극적 악역으로 통한다. 덴지와 마찬가지로 이용당한 존재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자유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그 때문에 덴지와 서로 거울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덴지처럼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레제 에피소드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태풍클럽(2024)'을 오마주한 태풍의 악마 장면도 꽤 중요하다. 후지모토는 액션을 그릴 때 늘 묘한 감정을 설계한다. 태풍의 악마는 로맨스가 파국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비바람과 공중 폭발 등 모든 요소가 레제와 덴지의 관계가 무너지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런 연출은 후지모토가 잘하는 방식이다.

본래 원작 만화 애니메이션은 현실적인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레제 편' 극장판은 다르다. 애니메이션인데도 만화의 컷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과장된 프레이밍과 정지 이미지 연출, 만화적 데포르메, 과하게 빠른 편집 등은 영화를 보는 동시에 만화를 읽는 감각도 경험하게 된다.

후지모토는 단순히 영화광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영화의 감정을 만화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작가다. 그 노력이 이번 극장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 결과물은 만화도 영화도 아닌 독특한 하이브리드가 된다. '레제 편'은 그 독특한 특성을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여전히 귓가를 울리는 폭발음, 이건 단순히 '폭탄걸'이 강하다기보다 후지모토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적 상상력과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완벽히 결합한 덕분이다. 덴지의 첫사랑 이야기면서도 동시에 체인소 맨 세계관이 얼마나 잔혹한지 보여주는 일종의 선언문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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