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부고니아' 고통을 견디기 위한 가장 잔혹한 망상에 대하여

폭력의 은유를 더 직설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치환한 무대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권위주의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은 탐구를 했던 요르고스 란티모스에게 '지구를 지켜라(2003)'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비추는 거울과 같았을 것이다. 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권력의 본질, 실존적 불안을 외계인에 비유한 이 작품에서 란티모스는 자신만의 명제를 훌륭하게 재구성했다.

이미 '송곳니(2012)'로 권위주의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비유한 란티모스에게 외계인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철학적 장치였을 것이다. 사회 부조리와 그에 대한 저항이 망상의 형태로 드러나는 점이 상당히 매혹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외계인이라고 납치된 강만식(백윤식)이 여성 미셸(엠마 스톤)로 변경됐지만, 원작이 강조한 광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원작의 이병구(신하균)가 자신의 불행을 추상적인 위협, 즉 외계인이라는 장치를 만들어서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는 더 파격적인 묘사로 돌아왔다. 란트모스는 원작의 이병구나 그 역할을 대체한 테디(제시 플레먼스)와 같은 피해자들이 우리가 예상치 못할 정도로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원작의 가장 불편한 지점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던 이병구를 이해하지만 끝내 용서하기 힘들다는 모순에 있었다. 란티모스는 이런 모순의 힘을 가장 흥미롭게 보았을 것이다. 원작이 말하는 권력은 비교적 명확했다. 재벌과 계급 구조, 국가 폭력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란티모스는 이러한 권력을 추상적으로 다루되, 어째서 인간은 누군가를 통제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더 강렬한 이미지로 담아냈다.

란트모스의 이런 파격적인 묘사는 원작의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치환하면서도 장준환 감독이 바라보는 권력과 억압의 은유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테디의 납치극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미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어느 시점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란티모스는 권력과 폭력에 대한 은유가 상당히 직설적인 감독이다. 묘사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장준환 감독의 그 원대한 광기의 무대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란티모스 특유의 인간 본성 연구는 더욱더 강해진 것이다. 결국 인간들이 망상을 만들어 고통을 견뎌낸다는 그 의도를 봤을 때, 장준환과 란티모스가 만나는 지점은 더 선명해진다.

'부고니아'는 오는 5일 개봉이며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에 올랐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이콘' 섹션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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