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미국 드라마 '24'의 한 토막을 가져온 미국의 흔한 엄살 섞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내막은 훨씬 끔찍하고 무섭다. 백악관 상황실과 알래스카 군사 기지, 국방부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각보다 디테일하여 꽤 긴장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는 핵미사일이 발사된 순간부터 미국 본토를 노리는 그 순간인 18분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백악관 상황실을 지키는 올리비아 워커 대령(레베카 퍼거슨)을 시작으로 국방부와 알래스카 군사 기지, 국가 안보 직원들의 시선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라쇼몽 기법'의 전개다.
핵미사일은 발사됐지만 북한, 중국, 러시아를 의심할 뿐, 사실상 미국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한 요격 미사일도 날아가는 총알을 맞춰야 하는 격이라서 사실상 핵미사일이 발사되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보좌관 제이크 배링턴(가브리엘 배소), 북한에 특화된 NSA 전문가 애나 박(그레타 리), FEMA 직원 캐시 로저스(모제스 잉그램) 등 전문 분야에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여러 가능성을 끊임없이 추론한다. 이 영화가 진짜 무서워지기 시작할 때는 이런 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서는 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 이건 핵폭탄보다는 시스템의 한계에서 오는 공포다. 결국 영화는 '신은 죽었다'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이 남는다. 훈련대로 제대로 수행하고도 핵미사일을 맞아야 하는 알래스카 군사 기지 속에서 감도는 탄식에서 허무주의의 도래와 인간의 책임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재난극보다 부조리극에 가까운 것 같다. 인간은 늘 실수를 하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영화처럼 모두가 메뉴얼대로 행동했는데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찾을 수 없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계속 원인을 추론하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지려고 하지만, 핵미사일은 그런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본토를 강타하게 되어 있다.
그동안 미국 영화들은 이런 주제를 다룰 때 애국주의 서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대통령이 결단하여 군인과 시민이 희생하고 미국이 결국 승리하는 시나리오 말이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초강대국으로 믿었던 미국이 핵무기 앞에서 무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결국 이 작품은 핵 전쟁을 다룬 재난 영화가 아닌 공동체의 위기를 실시간으로 체험하는 철저한 감각의 영화다. 미세하고 은밀한 징후에 머물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연출력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아이콘' 섹션에서 상영했으며 오는 10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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