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진 프리뷰] '노 머시: 90분' AI 판사가 사형까지 선고…현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I 판사 앞에서 무죄 입증해야 하는 흥미로운 설정 '노 머시: 90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신작 '노 머시: 90분'이 AI 판사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2029년의 서늘한 미래상을 제시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 영화는 아내 살해 누명을 쓴 형사 레이븐(크리스 프랫)이 사형 집행까지 남은 90분 동안 오직 데이터로만 판결하는 AI 시스템 '머시(MERCY)'를 상대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절박한 사투를 그린다.

예고편은 시작부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LA 도심을 질주하는 경찰차, 경찰 바디캠과 대시캠 화면이 교차하는 추격전, 예상치 못한 차량 돌진 사고까지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거친 현장감이 이어진다. 특히 경찰의 시점으로 사건을 체험하게 만드는 보디 캠 연출은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장면은 영화가 보여주려는 미래 사회의 핵심을 압축한다. 모든 움직임이 촬영되고 기록되는 세계, 인간보다 데이터가 먼저 진실을 판단하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예고편은 본격적으로 '머시' 시스템의 실체를 드러낸다. AI는 도시 전체의 CCTV와 스마트폰 기록, 통신 데이터, 공공 감시망을 연결해 범죄를 분석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머시는 범인을 찾는 것뿐 아니라 유죄 여부까지 판단한다. 피고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단 90분이다.

영화는 이 설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카운트다운 타이머는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이 줄어들수록 관객 역시 주인공과 같은 압박감을 체험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마치 폭탄 해체에 가까운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베테랑 형사 크리스 레이븐이 있다. 범죄와 싸우며 정의를 외쳤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자신이 그토록 신뢰했던 사법 시스템 앞에서 하루아침에 피고인이 된 것이다. 정작 자신이 피고인이 되자, AI는 그의 억울함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데이터만이 존재할 뿐이다.

예고편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상 재현 공간은 인상적이다. 사건 현장이 홀로그램으로 재구성되고, 레이븐은 그 안에서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수사관의 직관과 추론, AI의 데이터 분석이 겹치면서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AI가 내놓는 통계적으로 가장 높은 답과 실제 진실 사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핵심 재미가 될 것이다.

현실에서도 AI 판사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미 뜨거우며, 에스토니아나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소액 재판이나 문서 요약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가 인간의 편견을 내포하고 있으며, '블랙박스'라 불리는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이 사법 정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영화처럼 AI가 사형권까지 갖게 된다면, 전 세계 법조계는 판결의 '책임 주체'가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윤리적 공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계는 판례를 90% 이상의 확률로 따르지만 피고인의 '개전의 정'이나 특수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는 '인간적 온기'가 결여되어 있어, 법의 기계적 적용에 따른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경우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고무줄 양형' 논란이 AI 판사 도입 찬성 여론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사회적 맥락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 기술 수용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AI 사법 시스템이 오작동할 경우, 그 반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기술에 대한 극심한 혐오는 서구 사회보다 훨씬 높아질 수도 있다.

영화 속 90분의 타이머는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현실의 AI 사법 시스템 또한 효율성과 정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인간성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시험하게 될 것이다. 결국 AI 판사는 법조계의 유능한 보조자가 될 것인지, 혹은 매독스처럼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냉혹한 지배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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