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그 안에서 수십 년을 함께한 나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이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개포주공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곳에 뿌리내린 나무와 사람들의 기억을 담아낸 '그리너리 다큐멘터리'다.
메인 예고편은 울창한 나무 사이로 울려 퍼지는 전기톱 소리와 거목이 쓰러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화면은 1980년대 조성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보여준다. 낮은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빼곡히 메운 거대한 수목들은 마치 도심 속 숲처럼 자리하고 있다. "길도 똑같고 저만 컸어요"라는 내레이션은 개포주공아파트만의 공간과 함께 성장한 시간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은 오래가지 않는다. 재개발을 알리는 '거주민 이주개시', '관리처분계획인가 완료' 현수막이 등장하고, 수십 년 동안 단지를 지켜온 나무들은 포클레인과 작업자들에 의해 하나둘 베어져 나간다. "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우리에게도 괜찮은 일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도시 개발과 생태, 공동체 기억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모두가 떠난 빈 아파트를 다시 찾은 주민들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거나, 잘려 나간 나무 앞에서 "이 나무가 혹시 어디로 이식 가는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또 다른 주민은 "나무를 볼 때마다 '아, 내 인생도 저만큼 컸구나' 하고 느꼈다"라고 회상하며 나무를 자신의 삶과 함께 성장한 존재였음을 전한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저한테는 고향, 추억 그런 공간으로 인연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던진 말은 아파트의 정서적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영상 후반부에 나오는 개포주공아파트는 초록빛 숲을 품은 '녹색섬'들처럼 떠 있다. 콘크리트 도시 한가운데 남겨진 마지막 녹지의 모습은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상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개발의 논리 속에서 사라지는 자연과 기억을 동시에 비춘다.
이성민 감독은 개포주공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약 7년에 걸쳐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개인적인 기록에서 출발한 작업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로 확장됐고, 결국 도시와 자연, 사람의 시간을 함께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콘크리트 녹색섬'은 재개발을 찬반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개발 과정에서 숫자와 면적으로 쉽게 환산되는 공간에서 수십 년의 기억과 관계, 생태가 함께 존재했음을 차분하게 되묻는다. 도시는 계속 변해야 하지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잃는지까지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공동체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이어갈 것인지, 그 해답을 관객에게 조용히 건네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달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콘크리트 녹색섬'은 제20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인더스트리 초이스상,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환경영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그린필름네트워크어워즈(GFN)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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