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 어게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제인 'Power Ballad'가 훨씬 나은 것으로 보인다. '싱 어게인'은 릭(폴 러드)이 다시 노래한다는 인상만 주지만, 원제는 이 영화가 다루는 감정의 방식을 아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한 곡의 발라드가 누군가에게는 히트 상품이 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기한 꿈의 잔해이자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며 다니는 무명 가수 릭은 보이 밴드 출신 데니(닉 조나스)를 우연히 만나고, 밤새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단번에 서로가 좋은 음악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감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그러다 릭이 오래전부터 만들었던 곡을 부르고, 싱글 앨범으로 하루빨리 대박을 내야 하는 대니가 결국 표절하고야 만다.
가장 좋았던 건, 릭의 그 노래가 단순히 법적이고 산업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작권 분쟁의 통쾌한 승소가 아니라, 진짜 릭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게 중요하다. 주변에서는 어떻게든 저작권으로 돈을 받아내야 한다고 재촉하지만, 릭은 유독 '진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진실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꽤 가슴 뭉클한 서사에 있었다.
릭에게 맞서는 대니의 모습은 꽤 슬픈 장면이다. 보이 밴드 출신이라서 멜로디를 만들고 다듬어서 대중에게 들려줄 능력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그 곡에 담겨 있는 감정과 무게감까지 기술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대니는 훌륭한 프로듀서들과 함께해서 만든 노래라고 자부하지만,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포기하고 아일랜드에 정착하기까지의 릭의 인생이 통째로 담겨 있는 곡이라는 것을 차마 깨닫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How To Write A Song Without'이라는 노래는 이제 단순히 좋은 발라드로 들리지 않는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나온 것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느낌이 좋은 노래로 들리지만, 한 남자의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연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노래가 된다. 의미를 알게 되니 계속 듣게 되는 노래. 사실 이건 존 카니의 전작인 '원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故 글렌 핸사드의 노래는 그저 들어도 좋은 곡들이었지만, 이 노래는 그 의미의 깊이를 알게 되면서 자꾸 반복해서 듣고 싶은 곡이다.

한국적인 정서도 있어서 좋았다. 릭은 표절당한 것을 알면서도 그 원곡의 증거를 찾지 못한다. 컴퓨터와 노트북에도 저장된 것이 없어서 가족과 친구들도 믿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 와중에 친구와 울고 끌어안는 장면은 한국 배우들이 해도 어울릴 정도로 묘하게 한국적 정서가 보인다. '부성애' 때문에 아이처럼 우는 아빠들의 모습은 국적을 따지지 않지만, 다른 해외 영화에서는 찾기 힘든 감정이었다.
릭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했다. 돈과 명성, 미국에서의 성공 등을 모두 놓친 사람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절대 그가 '빈손'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가족이 믿어주고, 친구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손쉽게 훈계하면서 끝내지 않는다. 잃어버린 것과 남은 것을 저울질하면서 여전히 음악을 믿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자신의 몫을 전부 되찾아야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한편 영화 '싱 어게인'은 오는 내달 2일 개봉 예정이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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