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시라트' 심장을 때리는 우퍼의 굉음, 그 소음 속에 숨긴 상처

감각의 끝에서 마주한 실존적 허무 '시라트'

사진=찬란/(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찬란/(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시라트'는 딸을 찾아 헤매는 한 아버지의 여정을 통해 우리 삶이 마주하는 예기치 못한 비극과 고통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레이브 파티'는 내면의 슬픔을 잠시나마 잊어보려는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처럼 느껴져 가슴 한구석을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보다 캐릭터가 느끼는 혼돈과 막막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막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현실과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사고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에 비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퍼 스피커의 저음을 활용한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비록 친절한 설명이 없어서 대중적인 요소는 찾기는 어렵지만, 인간이 겪는 근원적인 상실감을 이토록 강렬한 소리의 미학으로 풀어낸 시도는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레이브 파티에서 펼쳐지는 환각적인 파티의 풍경은 마치 하나의 종교적인 의식처럼 장엄하게 묘사된다.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마주했을 때,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음악 속에 자신을 던져버리고 싶어 하는 보편적인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올리베르 라셰 감독은 감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파격적인 우퍼로 자신만의 영화적 세계를 보여주었다. 황량한 자연의 풍경과 거친 전자음악의 대비는 그 속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극적으로 부각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라트'는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끝내 고통을 이겨내거나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리베르 라셰 감독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가득 채우는 전자음악과 우퍼의 진동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비명처럼 들린다.

삶은 때로 이유도 설명도 없이 무너지고, 우리는 그 폐허 속에서 그저 다음 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생각보다 냉혹한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그 막막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영화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상실 자체가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냉정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한다. 비록 보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만큼 강렬하더라도,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 존재의 쓸쓸한 초상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편 영화 '시라트'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