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프라이메이트'는 가족처럼 지내던 침팬지가 광견병에 걸려 인간을 무참히 사냥하는 과정을 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정서를 투영하는 듯한 침팬지의 모습은 섬뜩한 자의식을 드러낸다.
수화로 소통하며 문명에 길들여졌던 침팬지가 질병을 계기로 폭주하고, 평화롭던 집안은 순식간에 잔혹한 사냥터로 변한다. 영화는 인간이 세운 사회적 질서가 원초적인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품은 친숙했던 존재가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는 과정을 긴박한 연출로 담아내 관객의 심리적 불안을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심리적 긴장보다는 자극적인 살육 장면에만 집중하면서 장르적 신선함이 다소 희석되는 아쉬움도 남긴다.
침팬지 '벤'의 폭주를 지켜보면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속 돼지들이 인간의 권력을 탐하며 변해가는 모습처럼 권위의 전복을 연상시킨다. 또한 모든 생명체에 내재된 파괴적 충동인 '타나토스'가 질병이라는 구실을 통해 외부로 분출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화로 대화하고 가족의 일원처럼 살아가던 벤은 질병 하나로 순식간에 폭력의 화신이 되지만, 그 모습은 어쩌면 문명이라는 얇은 껍질 아래 감춰진 인간 자신의 본능과도 닮아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남기는 공포는 대저택 안의 살육극이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요하네스 로버츠 감독은 전작 '47미터'에서 보여준 극한의 고립감을 대저택이라는 밀폐된 공간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가 유인원의 진화를 이성적으로 그렸다면, 이 작품은 그 진화의 끝에 놓인 잔혹한 야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영화는 침팬지의 사냥을 통해 인간이 자부해온 유전적 우월성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냉철하게 꼬집고 있다. 벤에게서 단순히 공포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폭력의 본질과 인간다움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 '프라이메이트'는 오는 28일 개봉이며 엔딩 크레디트 이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은 없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