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국희(염혜란)는 윗선의 마음을 읽는 공무원으로 일종의 전략가처럼 움직이지만, 부하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깐깐한 상사이고 딸에게도 답답한 엄마다. 딸이 가출하고 동료 직원에게도 밀리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영화는 김국희를 손쉽게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만화적이고 코믹한 톤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다정한 시선이 깔려 있다.
보통 승진에 집착하는 공무원이라면 풍자의 대상이 되겠지만, 영화는 김국희의 그런 전략과 야망을 흉보지 않는다. 그녀만의 속 사정이 드러나면서 영화의 앞뒤 맥락이 뒤늦게 연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딸과 엄마의 갈등이 어느 정도의 공식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딸은 엄마의 희생을 몰라서 떠난 것이 아니라, 그 희생이 기대와 통제로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딸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표현 방법을 몰랐던 것 뿐이다.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지만, 딸은 이해와 숨 쉴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영화는 김국희가 수강생으로 오인받아 플라멩코를 배우게 만든다. 플라멩코는 말로 정리되지 않는 감정을 손과 발로 리듬을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평생 계획표를 짜고 치밀한 전략으로 살아온 김국희가 그저 발을 구르는 동작부터 몰입하는 부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내면에 묻어 둔 분노와 슬픔, 억울한 심정을 몸으로 인정하는 순간이니까.
이 영화에서 김국희 다음으로 김연경(최성은)이 많은 역할을 한다. 그녀가 갑자기 김국희를 존경한다는 장면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유머라고 볼 수 있다. 김국희는 부하 직원을 닦달하는 독한 상사이기도 하지만, 한 번도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선배이기도 하다. 사람을 한 가지 평가로 끝내지 않겠다는 영화의 태도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김연경이 영화의 감정 농도를 높이는 캐릭터라서 최성은의 열연이 눈에 띈다. 때때로 영화의 청량한 온도보다 더 뜨겁고 지나치게 슬픈 것 같아서 이질감도 든다.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는 그런 균열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전체가 말랑하고 귀여운 쪽으로만 흘러가게 둘 수는 없으니까. 사회 초년생의 그 불안한 감정을 리얼하게 붙잡아 준 덕분에 김연경의 대사 하나하나가 무게를 만들어준 것 같다.
긴장감이 크지 않고 캐릭터의 변화나 화해의 흐름도 평면적으로 느껴지기는 한다. 딸의 문제도 더 깊게 파고들 수도 있었고, 김국희가 조직 내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더 많이 다뤘다면 영화가 더 단단해졌을 수도 있다. 플라멩코가 모든 것을 치유해 준다는 것도 관객에 따라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보여준 흐름이 결함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떤 영화는 상처를 더 깊게 들여다보거나 캐릭터 갈등을 더 잔혹하게 다루면서 진정성을 만들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부러 그러한 복잡한 현실을 생략하고 밝은 색깔로 그려냈다. 사람 고쳐 쓸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보다, 사람과 인간관계는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믿음이 흐뭇해지는 이유는 김국희를 완벽한 엄마로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매드 댄스 오피스'는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않기로 결심한 영화 같다. 김국희와 딸의 갈등이나 김연경의 직장 적응기, 공무원들의 피로감도 전부 이해받을 여지가 생긴다. 살다 보면 한 번쯤은 희망을 상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싶지 않은가. 세상이 각박할수록 이런 영화가 더 귀하게 느껴진다.
한편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는 28회 서울국제여영화제(SIWFF) 창작지원 '피치&캐치' 섹션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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