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친구와 싸우고 헤어졌던 때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잔인했다. 마음속에 있는 감정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건,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예민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학교의 서열과 어른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감당하지 못했고, 학교라는 공동체와 사회적 약속에 대해 아직 서툴게 배우는 중이었으니까.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개봉 10주년으로 상영하는 '우리들'은 어린 시절의 관계가 얼마나 잔인하고 복잡했는지 정확지 짚어낸 작품이었다. '우리들'도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서로 왜 그렇게 상처를 주면서도 매달리는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선(최수인)을 단순히 같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왕따 소녀로 볼 수는 없다. 피구를 할 때마다 늘 선 바깥에 서 있는 모습에서 좀 더 복잡한 감정이 느껴진다. 같이 놀고 싶지만 먼저 다가가면 이상해 보일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서 있기만 하면 초라해 보일까 불안한 그런 심정 말이다. 그 때문에 전학생 지아(설혜인)가 불쑥 나타났을 때 느낀 안도감은 매우 반가웠을 것이다. 지아는 그간 선을 불안하게 했던 세계의 바깥에 있던 아이였으니까.
지아는 처음에 선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지만, 선을 대하는 같은 반 학생들의 분위기를 인지하면서 태도가 바뀐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교우 관계에 대해 서툰 편이라서 어른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잔인해 보일 수가 있다. 선을 왕따시키는 보라의 편으로 간 선택은 비겁해 보이지만, 지아 역시 선처럼 인정받고 싶고, 내면에 숨겨진 수치와 불안을 숨기고 싶은 아이다. 그런 면에서 지아의 역할도 꽤 흥미롭다.
선의 아버지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섬세한 연출 중 하나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애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가 집과 학교에서 그대로 티를 낸다. 아버지가 밉고 창피했던 선이 처음으로 변화를 느끼는 장면은 크게 감동적이거나 눈물의 화해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저 아빠도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발견하는 정도였다. 아이들이 어른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대개 그런 식이니까.
선 남동생 윤(강민준)이 말한 "그럼 언제 놀아?"는 이 영화 전체를 압축하는 대사다. 서로 싸우고 상처를 주면서도 왜 친구 곁에 남으려는 걸까. 어른들은 그저 '그런 애랑 놀지 마'라고 말하고 무시하지만,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건 '선택지'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도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건 일상이자 삶, 더 나아가 세계의 전부가 될 수 있으니까. 선은 남동생의 대답을 듣고 처음으로 친구와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생각하고 반문하면서 성인이 된다.
아역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더 좋았다. 대사를 정확히 전달하려는 것보다 아이들이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아역 배우들의 평범한 표정과 어색해 보이는 몸짓이 더 큰 힘이 되었다. 그 말과 행동은 작아 보여도 질투, 수치심, 인정 욕구, 사랑과 분노가 그 안에 모두 들어 있다.
그동안 어린 시절을 향수로만 소비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우리들'처럼 작은 일로 크게 상처받고,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고, 친구를 잃는 것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영화는 드물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윤가은이라는 사람이 직업을 감독으로 정한 게 고마울 정도였다. 어린 시절의 '우리들'을 단순히 귀엽게만 그리지 않고, 그때도 이미 복잡하고 진지한 '우리들'을 존중해 주는 영화니까.
한편 영화 '우리들'은 28회 SIWFF '지금 여기, 한국영화' 섹션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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