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가 내달 10일 개막을 앞두고 전체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씨네진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국제경쟁 부문 작품들을 정리했다.
올해 국제경쟁에는 총 9편이 선정됐다. 2026 선댄스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경쟁 심사위원대상 수상작부터 셰필드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별언급,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및 ACID 초청작, 비지옹 뒤 레엘과 CPH 수상작 등이 포함됐다. DMZ Docs 공식 출품 규정상 국제경쟁은 2025년 1월 1일 이후 완성된 장편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하며, 영화제 개막 전 아시아 프리미어를 원칙으로 한다.
선댄스 심사위원대상 '골칫덩어리 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가브리엘라 오시오 반덴과 잭 와이즈먼 감독의 '골칫덩어리 곰(Nuisance Bear)'이다. 영화는 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로 이동하는 북극곰 한 마리를 따라간다. '세계 북극곰 수도'로 불리는 처칠은 북극곰 관광으로 유명하지만, 영화는 관광객과 야생동물 관리 당국, 인간의 통제 시스템 속에서 이동 경로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시선을 통해 인간과 야생동물의 불편한 공존을 바라본다.
이 작품은 2026 선댄스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경쟁에서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을 수상했다. 선댄스 측은 고대의 이동 경로와 현대의 인간 사회가 충돌하는 상황을 통해 "누가 이 땅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소개했다.
해외 평단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북극곰을 인간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도망자처럼 묘사하면서 자연 다큐멘터리의 익숙한 관점을 뒤집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극곰 관광과 원주민 공동체의 관계까지 확장해 환경과 보존의 문제를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스크린 데일리'는 "사려 깊고 영향력 있는" 환경 다큐멘터리로 평가했다.

경찰 훈련 시설을 둘러싼 투쟁…'숲속의 도시'
레브 오멜첸코와 놀런 후버 감독의 '숲속의 도시(A City in the Forest)'는 미국 애틀랜타의 이른바 '캅 시티(Cop City)'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투쟁을 기록한다. 도시의 숲을 없애고 대규모 경찰 훈련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에 맞서 시작된 점거와 저항은 경찰의 강경 진압과 활동가 토르투기타의 사망을 계기로 더욱 격렬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진다.
영화는 2026 셰필드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 퍼스트 피처 경쟁에서 특별언급(Special Mention)을 받았다. 셰필드 측은 작품을 생태, 국가 권력, 풀뿌리 저항이 충돌하는 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소개했다. 셰필드의 비평 프로그램에서는 활동가들의 다양한 삶과 정체성, 경찰과 국가권력에 대한 문제 제기, 스마트폰 영상과 뉴스 화면, 아카이브, 소셜미디어 등 서로 다른 영상 형식을 결합한 방식을 강점으로 꼽았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일상 '다가오는 죽음의 땅'
피오트르 파블루스 감독의 '다가오는 죽음의 땅(Death in the Making)'은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폐허가 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감독은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폴란드에서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민간인 난민을 이송했다. 그의 전작 'In Ukraine'에 이어 전쟁이 남긴 파괴와 그 안에서 이어지는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2026 비지옹 뒤 레엘 국제경쟁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비지옹 뒤 레엘은 작품의 시각적 힘과 연민 어린 시선을 강조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 군인들의 증언을 통해 과거의 평화로운 일상과 현재의 파괴된 풍경을 겹쳐 놓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독 유럽'은 군인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간성을 작품의 중심에 놓았다고 소개했다. 전쟁의 거대한 사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사라지는 삶의 마지막 계절 '틴 캐슬'
알렉산더 머피 감독의 '틴 캐슬(Tin Castle)'은 아일랜드 트래블러 가족인 오라일리 가족을 장기간 관찰한 작품이다. 부모와 열 명의 아이들이 낡은 트레일러를 양철 성처럼 여기며 살아가던 중에 퇴거 위협이 닥치면서 가족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2026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경쟁작으로 공개됐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아이리시 타임스'는 작품에 별점 5점 만점에 4점을 주며 이 가족의 이야기를 일종의 진혼곡처럼 바라봤고,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방식이 종말을 향해 가는 듯한 감각을 언급했다.
'시네우로파'는 가족을 향한 애정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불안정한 삶을 존엄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순간과 사회적 규범이 가족을 압박하는 순간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포착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폐허가 된 요양원이 '고향'이 되기까지 '카르틀리 왕국의 비밀'
타마르 칼란다제와 줄리앙 페브렐 감독의 '카르틀리 왕국의 비밀(The Kartli Kingdom)'은 트빌리시의 낡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한다. 원래 임시 거처였던 공간에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머물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됐다.
이 작품은 이미 2025 IDFA 국제경쟁에서 감독상(Best Directing)과 첫 장편상 특별언급(First Feature Award – Special Mention)을 받았다. '시네우로파'는 낡은 건물의 벽과 바닥, 계절에 따라 무너져가는 공간을 4:3 화면에 담아 건축물 자체를 트라우마의 풍경처럼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VHS 아카이브와 현재의 영상을 겹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방식도 높게 평가했다.
'버라이어티'의 가이 로지는 영화의 어둡고 반투명한 듯한 이미지가 장기간의 망명 상태라는 주제와 어울리면서도, 공동체 안의 인간적인 온기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제작사 역시 IDFA 첫 장편 심사위원단이 인물에 대한 깊은 헌신과 강력한 시각적 언어, 공동체의 힘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교도관이 되기 위한 훈련 '구금'
기욤 마사르 감독의 '구금(Detention)'은 프랑스 교도관 양성학교를 무대로 삼는다. 문을 열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예비 교도관들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개인의 말과 몸짓이 점차 제도의 언어와 태도를 닮아가는 과정을 관찰한다.
2026 칸영화제 ACID 선정작인 이 작품은 해외 평단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는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매력적이면서도 불안하게 만드는 초상으로 평가하면서, 질서와 위협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는 사회적 다큐멘터리라고 분석했다.
국제다큐멘터리협회(IDA) 역시 실제 교도소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도 프랑스 교정 시스템의 권위와 통제 방식을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감독은 약 6개월 동안 국립 교도관 교육기관을 촬영하며 교도관 양성 과정 자체를 제도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엄마와 딸, 의존에서 독립으로 '니콜 니콜'
로랑 달렌바흐 감독의 '니콜 니콜(Nicole Nicole)'은 레만호 인근에서 함께 살아가는 55세 니콜과 87세 어머니 알베르트의 관계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 살아왔지만, 니콜의 조카인 감독이 가족 안으로 들어오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다. 영화는 니콜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다정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이 작품은 2026 비지옹 뒤 레엘 National Competition Jury Prize 수상작이다. Film Fest Report는 감동적이고 빛나는 영화로 평가하면서, 니콜의 독특한 감수성과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니콜이 좋아하는 사진과 텍스트를 활용한 창작 작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녀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자립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여성들이 직접 만든 사격대회 '32미터'
모르테자 아타바키 감독의 '32미터(32 Meters)'는 가부장적 질서가 강한 튀르키예의 작은 마을에서 여성들이 직접 사격대회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다. 할리메와 친구 괴뉠은 남성만 참가할 수 있었던 사격대회에 여성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회를 조직한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예상 밖의 여성 연대와 공동체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해외 반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점은 유머와 따뜻함이다. 'POV Magazine'은 예상되는 갈등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계속해서 관객의 기대를 뒤집는다고 평가했다. 시드니영화제는 밝고 자극적이면서 따뜻한 영화로 소개했으며, 한 평론가는 "평화가 승리하는 상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 '로자바의 환상통'
마리암 에브라히미 감독의 '로자바의 환상통(The Phantom Pain of Rojava)'은 ISIS와의 전쟁에서 싸웠던 쿠르드 전사들의 전쟁 이후 삶을 5년에 걸쳐 기록한 작품이다. 북부 시리아의 부상병 쉼터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전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전쟁으로 신체를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을 회복하고 서로를 의지하는지를 바라본다.
이 작품은 2026 CPH에서 HUMAN AWARD를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여성 전사들을 중심으로 한 동료애와 연대, 새로운 형태의 전쟁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가디언'은 5점 만점에 3점을 부여하며 쿠르드 참전용사들의 회복력과 연대를 다룬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쟁의 희생을 단순한 피해 서사로 소비하지 않고 인물들의 유머와 우정, 삶의 의지를 함께 포착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영화제는 총 52개국 147편(장편 93편·단편 54편)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황윤 감독의 '하제', 폐막작은 크리스토프 디미트리 레베유 감독의 '체 게바라: 마지막 동지들'이다. 국제경쟁 9편 외에도 이미 해외 영화제에서 상영한 다수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내달 10일부터 16일까지 경기도 고양특례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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