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모토 타츠키의 인기 만화 '룩백'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손길을 거쳐 실사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룩백'은 '체인소 맨'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후지모토 타츠키가 지난 2021년 발표한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소년 점프+'를 통해 공개된 143페이지 분량의 원샷 작품으로, 단행본 역시 한 권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만화를 그리는 두 소녀다. 학급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며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후지노는 어느 날 등교하지 않는 동급생 쿄모토의 그림을 보게 된다. 자신보다 뛰어난 그림 실력에 자극받은 후지노는 다시 그림에 몰두하고, 이후 두 사람은 만화를 매개로 서로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꿈을 좇던 두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닥치면서 창작과 우정, 상실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원작의 강점은 짧은 분량 안에 두 사람의 관계와 창작에 대한 열정, 상실의 감정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는 데 있다. 제목인 '룩백'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본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그 시간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마음을 함축한다는 점에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제목으로 기능한다.
지난 2024년에는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약 5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감정과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튼토마토에서는 평론가 지수 100%를 기록했고, 메타크리틱에서도 90점을 기록했다.
해외 평단 역시 애니메이션의 미덕으로 단순하면서도 깊은 이야기와 시각적인 아름다움, 창작 행위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꼽았다. '더 텔레그래프'는 작품에 5점 만점을 주며 '하이쿠 같은 순수함'을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했고, '인디와이어'는 짧은 러닝타임 자체가 작품의 여운과 맞물린다고 평했다. 수상 성과도 뒤따랐다.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비롯해 호치 영화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5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에서는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이번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뿐 아니라 각본과 편집까지 맡았다. 원작의 이야기를 크게 바꾸기보다 두 소녀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성장하는 과정과 그들이 공유하는 시간을 현실적인 공간과 배우들의 연기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는 완성된 실사판을 본 뒤 원작의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는 취지의 호평을 전했다. 특히 만화의 대사나 장면을 그대로 실사로 옮길 경우 자칫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배우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영화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원작의 결을 살렸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출연진은 촬영을 앞두고 상당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데구치 나츠키와 마키타 아쥬는 촬영 약 4개월 전부터 만화 그리기 연습을 시작했고, 하루에 정해진 분량을 그리며 손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연습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와 손의 움직임까지 중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데구치 나츠키는 자신감 넘치고 외향적인 후지노를 연기한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며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로, 고레에다 감독과는 파란만장한 청춘을 담은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춘다. 고레에다 감독은 데구치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넓어진 감정 표현력과 여전히 남아 있는 천진난만함이 후지노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마키타 아쥬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압도적인 그림 실력을 가진 쿄모토 역을 맡았다. 아역 시절부터 고레에다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세 번째 살인', '어느 가족',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등에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온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쿄모토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심사다.
어린 시절의 후지노와 쿄모토는 각각 나나세 후리와 오카다 로카가 맡았다. 특히 나나세 후리는 이번 작품이 배우 데뷔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디션 과정에서 나나세를 보자마자 후지노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으며,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캐릭터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오카다 로카는 어린 쿄모토를 연기한다.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리는 배우라는 점이 캐스팅 과정에서 흥미로운 요소가 됐다. 촬영 당시 두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 동급생이었으며, 나나세는 오카다의 배경 그림 실력을, 오카다는 나나세의 캐릭터 그림 실력을 서로 칭찬하기도 했다. 오카다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그림에 더욱 흥미를 느껴 현재 학교 미술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룩백'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섹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괴물'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으며, 주연 배우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와 아역 배우 나나세 후리, 오카다 로카도 함께 내한한다. 영화는 내달 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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