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은 분명히 좋은 영화지만, 원작에 비해 인물들이 대체로 다급해 보이고, 감정도 살짝씩 붕 떠 있는 느낌이 든다. 앤 해서웨이가 뒤늦게 로버트 드니로가 필요해서 다급해지는 장면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감정이 충분히 누적됐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 대표 선우(한소희)가 다급하게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를 찾을 때는 그녀의 내면보다 연출의 의도가 먼저 보이고 있다.
원작의 벤(로버트 드니로)과 줄스(앤 해서웨이)는 처음부터 특별한 인연처럼 보이지 않았다. 벤은 다정하지만, 줄스에게는 그저 귀찮은 실버 인턴이었고, 따로 CEO가 들어와야 한다는 문제에 부딪치면서는 경계하기도 한다. 이후 벤이 사무실에 쌓인 옷을 치우고, 젊은 직원들과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작은 역할을 해내기 시작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한발 앞서면서 직원들의 사소한 문제를 조용히 해결해 주고 있었다. 줄스가 어느 순간 벤 옆에서 안정을 느끼는 것은 그런 신뢰가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리메이크에서는 기호와 선우부터 시작해서 캐릭터들이 대체로 기분이 업되어 있다. 선우가 기호를 불편해하는 첫 장면에서도 다소 작위적이고, 두 사람 사이의 쌓여가는 감정도 조급해 보인다. 분명히 원작의 느낌 그대로 갔고, 좋은 대사를 진심으로 말했는데도, 배우들 혼자 감당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한국 정서를 넣었지만, 한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시대와 배경, 관계와 대사들을 한국화한 것은 맞는데, 그런다고 자동으로 한국적인 감정선이 생기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식 조직 문화일 것이다. 상사와 부하가 가까워지는 과정이나 사내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 같은 것들은 미세한 부분에서도 민감해지니까. 이런 과정이 조금만 급해 보여도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원작의 벤이 조언을 할 때는 상대방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면서도 연장자로서의 품위를 보여줬다. 대사도 시적이지만 감정을 강요하기보다, 삶의 태도에서 나온 말처럼 들려서 좋았다. 반면 리메이크의 최민식이 충고하는 장면은 한국 관객에게는 즉각적으로 의미가 전달되는 면은 있지만, 그만큼 관계를 너무 빨리 규정하는 것 같았다. 감정의 이유는 분명히 전달은 되지만, 원작의 벤처럼 '멘토'나 '경험자'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결말의 변화는 나쁘지 않았다. 원작은 일과 사랑, 배신과 용서 등의 복잡한 문제를 쉽게 정리하지 않았다. 벤은 줄스의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급하게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준다. 성급히 단정하지 않고 실패한 관계를 복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끝날 때까지 온기가 남았다. 반면 리메이크는 원작의 복잡한 감정을 덜어내고 홀로서기를 결심하는 여성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원작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멋진 결말일 수 있다.
리메이크도 충분히 좋은 영화지만, 원작이 더 좋았다는 감정도 이해할 만하다. 리메이크는 메시지가 좀 더 선명했던 것 같고, 원작은 다른 세대 사람들이 서로 조용히 신뢰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작품이었다. 아쉬운 점은 리메이크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생각보다, 원작이 보여준 감정의 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에 배우들이 만든 감정도 영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 느낌이다.
영화 '인턴'은 오는 1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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