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수상작 '두아'와 '열매' 어떤 작품?

7일간의 여정 끝낸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왼쪽부터) 황혜림 집행위원장·변재란 이사장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왼쪽부터) 황혜림 집행위원장·변재란 이사장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대상 수상작인 '두아'와 다프넬리아 대상 수상작 '열매'는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도 이미 주목받은 작품들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26일 폐막식을 열고 올해 수상작을 발표했다. 33개국 121편이 상영된 이번 영화제에서 국제 장편 경쟁 '발견' 대상은 블레르타 바숄리 감독의 '두아'였으며, 아시아단편 경쟁의 다프넬리아 대상은 싱가포르 감독 림젠니의 '열매'에 돌아갔다. 두 작품은 이미 칸, 선댄스, 클레르몽페랑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칸 비평가주간 각본상 받은 '두아'

'두아'는 코소보 출신 블레르타 바숄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1990년대 후반 전쟁을 앞둔 코소보 프리슈티나를 배경으로 13세 소녀 두아의 성장기를 그린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 속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한 소녀의 일상과 감정을 따라가는 방식이 특징이다.

영화는 지난 5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이후 작가와 각본가에게 수여되는 SACD상을 블레르타 바숄리와 니콜 보르제아가 공동 수상했다. SACD상은 비평가주간 장편 경쟁작 가운데 한 작품의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해외 평단은 특히 주인공 두아를 연기한 신예 피네아 마토시의 연기와 바숄리 감독의 시선에 주목했다. 유럽 영화 전문 매체 Cineuropa의 올리비아 팝은 '두아'에 대해 1990년대 코소보 전쟁과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박해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소녀의 정체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대사가 많지 않은 두아가 때로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또 한편으로는 훨씬 성숙하게 보인다고 짚었다. 카메라 역시 중요한 평가 대상이었다. Cineuropa는 바숄리 감독이 거의 영화 내내 핸드헬드 카메라를 두아 가까이에 붙여놓음으로써 관객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사건을 경험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RogerEbert.com의 로버트 대니얼스는 한층 강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두아'에 대해 "칸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최고 수준의 영화들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면서, 바숄리 감독이 국가가 무너지는 비극과 한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영리하게 겹쳐놓았다고 평했다. 특히 핸드헬드 촬영을 통해 인물의 기쁨과 슬픔을 포착하는 친밀한 순간으로 전환한다고 분석했다. Eye for Film 역시 마토시의 연기를 주요 강점으로 꼽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역시 '두아'에 대해 "전쟁이 개인의 일상을 잠식하는 과정을 좁은 공간과 불안, 폭격 준비의 풍경으로 담아냈다"라며 우정과 유도 수련을 균형 있게 배치한 점, 타협하지 않는 여성주의적·예술적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영화 '두아' 스틸 컷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 '두아' 스틸 컷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클레르몽페랑 심사위원상부터 팜스프링스 최고상까지…'열매'의 거침없는 행보

아시아단편 다프넬리아 대상을 받은 '열매'의 행보는 더욱 눈에 띈다. 림젠니 감독의 15분 단편 '열매'는 임신중절이 불법인 가상의 시대와 장소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 시티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편은 아이를 원하지만 시티는 엄마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러 방법으로 임신을 중단하려던 그녀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여성 버스 운전사를 만나게 되고, 영화는 현실과 초자연적인 영역을 오가는 독특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선댄스영화제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됐다. 특히 2026년 클레르몽페랑에서는 국제 경쟁 심사위원특별상과 퀴어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았다.

선댄스영화제 상영 당시 Moviejawn의 알렉산더 밀러 평론가는 '열매'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임신중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과일과 민속적 이미지, 성적 에너지, 초자연적 요소를 뒤섞어 기존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작품의 대담함과 영리함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Park Record는 '열매'를 별도의 기사로 다루면서 림젠니 감독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민속적 소재인 폰티아낙을 기존의 공포 속 악령이 아니라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 여성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뒤집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화가 여성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에 관한 대화를 국경 밖으로 확장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열매'는 지난 6월 열린 팜스프링스국제단편영화제에서 전체 출품작 가운데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더 페스티벌'을 수상했다. 당시 영화제에는 328편의 단편이 공식 선정됐으며, 해당 상은 영화제의 최상위 경쟁 부문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주연 배우 타이샤 칸은 싱가포르국제영화제 동남아시아 단편 경쟁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심사위원단이 '열매'를 다프넬리아 대상작으로 선정한 이유 역시 이 같은 작품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영화제 측은 "대담하고 거친 에너지와 정교한 연출,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열매' 스틸 컷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 '열매' 스틸 컷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장편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피치&캐치'에서는 마민지 감독의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가 수상했고, 박장희 감독의 '평면도'가 시우프상을 받았다. 관객들이 직접 선정한 관객상은 안소정 감독의 '여자 아이 하기'에 돌아갔다. 특히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는 마 감독이 세 번째 도전 끝에 처음 수상한 작품으로, 제작비가 바닥날 시점에 받은 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평면도' 역시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로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향후 완성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청소년 창작자를 위한 '아이틴즈'에서는 박유하 감독의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과 산을 올랐다'가 우수상을 받았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직업계고 학생과 콜센터 노동자의 현실을 10대의 시선으로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대상은 한서윤 감독의 '하와이에는 공룡이 산다'가 차지했다. 가족의 상실을 공룡이라는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심사위원단은 남매가 공룡 옷을 매개로 서로의 슬픔을 돌보는 모습을 통해 애도의 시간을 웃음과 놀이의 영역으로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박영숙살림이상은 파주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과 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홍지연 감독의 다큐멘터리 '용주골'에 돌아갔다.

'F를 상상하다' 슬로건을 내건 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20일부터 7일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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