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진 인터뷰] '산양들'은 길이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유재욱 감독이 전하는 유쾌한 모험담

'라임크라임' 유재욱 감독의 신작 '산양들' 영화가 그려낸 진짜 '이해'와 응원의 시선

사진=시네마 달 제공
사진=시네마 달 제공

유재욱 감독은 현실에서 비껴가 있는 엉뚱한 4명의 소녀를 통해 그녀들만의 논리로 세상을 헤쳐 가는 모험극을 만들었다. 감독님이 언급한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2004)'는 학교에서 잘 섞이지 못하는 괴짜 고등학생 나폴레옹과 친구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페드로의 회장 선거,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엉뚱한 모습이 나오면서 웃음을 주는 형식이다.

중요한 건 전통적인 의미와 성장영화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나폴레옹과 학생들은 사회성을 획득하지도 않고, 인생의 목표를 찾지도 않는다. 인물들은 전혀 웃기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어긋난 상황으로 웃음을 주는 이른바 '데드팬 코미디(deadpan comedy)'를 취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인물의 행동이 보통 예상과는 조금 빗나가는데 그 캐릭터나 상황에 공감 가는 행동을 하고자 했습니다."라는 감독님의 설명과 맞닿아 있다.

영화를 보면서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도 길은 있을 것이라고 봤으나, 감독님과의 인터뷰 이후 표현을 조금 수정해야겠다. 4명의 소녀들은 사실 꿈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인정할 수 있는 형태의 꿈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학교의 진로조사표에는 아무것도 답하지 않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오히려 숲으로 가서 텐트를 치고 동물들을 보살피는 등 계속 선택하고 행동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능동적인 소녀들이 특별관리대상이 되어 버린 역설적이고도 재밌는 구조가 된 것이다.

아래는 유재욱 감독님과의 일문일답.

- 감독님의 전작인 '라임크라임'은 래퍼가 되기 위한 청소년들의 열정을 담아냈습니다. 반면 이번 '산양들'에서는 꿈이 없는 소녀들이 나오는데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신 이야기의 출발점은 무엇이었으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입시나 장래에 대해 정하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모두가 그때 뭔가를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고도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산양들 친구들은 학교에서 정하라는 틀에서만 꿈이 없는 것이지 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요. 산양들이 길이 없어도 절벽을 타는 것처럼 마음껏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는 이야기가 되고 싶었어요. 처음 이야기의 구상에서 출발점은 제 아내이자 공동 작가가 그 당시 생존주의에 빠져있었는데 이런 캐릭터가 야생에서 적응해 보려는 이야기가 재밌을 것 같았어요. 거기서 입시를 앞둔 여고생들의 이야기, 소녀 모험극으로 발전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소녀들이 지나치게 순수해서 현실의 고등학생들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올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순수한 인물들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 현실적인 재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청소년물을 좋아하는데, 학교나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많은 것을 할 수 없게 하지만, 청소년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서 좋아해요. 거기서 재미와 웃음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들만의 방식에서 순수함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답답하고 어두운 현실이더라도 산양들만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싶었어요. 청소년의 위치는 누구는 그들을 어른으로 보고, 누구는 아이들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경계선에 있는 친구들인데 말씀하신 대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순수하다고 보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처럼 엉뚱하고 코믹한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유쾌한 소녀 모험극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산양들 속 주인공들은 어른들이 보기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은 선택들을 이어나가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내면의 단단한 마음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사진=시네마 달 제공
사진=시네마 달 제공

- 영화 속 대부분의 어른들은 소녀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혜의 어머니만은 산양들 캠핑을 추억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듯합니다. 인혜 엄마에게만 그런 시선을 맡기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정교(인혜 엄마)도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자유를 꿈꿨을 거예요. 그녀가 산양들이 만든 쉘터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 씬으로 정교와 인혜가 강하게 연결됩니다. 다른 어른들은 비닐하우스를 부시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아이들의 행동이 부끄럽다고 여기는데, 막상 자신들도 문제가 많아요. 아이가 물을 엎지르면 더러워진 바닥을 보고 혼내는 어른이 있고, 목마른 걸 아는 어른이 있어요. 정교는 딸에게 미래를 강요하는 대신, 청소년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며 인혜를 이해하고 응원해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인혜와 친구들이 스스로 쉘터를 만들고 생명을 구하는 행동을 알아봐 주는 어른입니다. 엄마 정교의 응원이 인혜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산양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영화를 보고 나니 산양이 가파른 절벽이나 바위 능선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감독님께 산양은 어떤 존재였으며, 이 작품의 제목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에게 산양은 길이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예전에 산양들을 실제로 본적이 있었는데 정말 절벽을 뛰어다니는 게 멋졌어요. 산양이란 이미지가 영화 속 주인공들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고, 제목으로 영화 속 주인공들을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사진=시네마 달 제공
사진=시네마 달 제공

-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캐릭터를 희화화하는 것보다,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에서 웃음이 만들어집니다. '라임크라임'에서 송주 엄마가 갑자기 아들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웃거나 산양들에서 정애의 전 어머니에게 오리를 맡기는 장면도 그렇고요. 감독님께서는 웃음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산양들이 웃겼다고 말씀해 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ㅎㅎ 영화제나 시사회에서 ‘산양들’을 함께 보며 관객분들이 웃으실 때 든 생각이었는데, 관객분들이 주인공들에게 애정을 주시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공감이 나오고 웃음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물론 재밌는 상황도 많이 만들어야 되는데, 인물의 행동이 보통 예상과는 조금 빗나가는데 그 캐릭터나 상황에 공감 가는 행동을 하고자 했습니다. 웃기려고요."

한편 영화 '산양들'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