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진 인터뷰] "공포는 현실을 드러내는 장르" '고스트 인 더 셀' 조코 안와르 감독이 전하는 창작 철학

권력과 부패, 정의를 둘러싼 질문을 장르 영화에 담다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조코 안와르는 공포 장르를 탐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사회 시스템에 대해 깊은 고심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최근 연출한 '고스트 인 더 셀(Ghost in the Cell)'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물로, 국가 권력부터 경제적 특권, 조직범죄, 평범한 사람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응축한 작품이다. 이번 씨네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는 '사회 시스템을 공포라는 장르로 해석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특히 "공포는 현실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확신한 부분에서는 그의 창작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좀비와 흡혈귀가 각각 사회 붕괴와 계급·착취를 연상케 하는 것처럼 좋은 공포 영화감독들은 그들만의 철학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조코 안와르 감독은 공포 장르를 정확히 현실의 은유로 보고 있었다.

아래는 조코 안와르 감독과의 일문일답.

- 교도소는 사회와 단절된 공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독님은 왜 이번 작품의 배경으로 교도소를 선택하셨나요?

"교도소는 그 자체로 모순을 품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사회로부터 사람들을 격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오히려 사회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하죠. 감옥 안의 위계질서와 권력 구조, 그리고 생존 본능은 한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고스트 인 더 셀'에서 감옥을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감옥은 부패와 권력 남용, 계급 간 격차, 그리고 인간의 회복력이 한데 충돌하는 고도의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공간으로 보았습니다. 공포는 폐쇄된 공간에서 더욱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그곳의 인물들은 단순히 도망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외부의 위협뿐만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내재한 어둠과도 맞서야 합니다."

- 이 영화에는 권력을 쥔 인물부터 폭력적인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의 어떤 모습을 그리고자 했나요?

"인도네시아는 현재 부패와 권력 남용, 제도에 대한 신뢰 약화,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실제로 나누고 있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감옥은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기에 최적의 공간이었습니다. 국가 권력, 경제적 특권, 조직범죄, 그리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사회를 움직이는 다양한 힘과 이해관계가 한곳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옥은 사회 자체를 상징하는 은유가 됩니다.

저는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 기관들이 어느 순간 시민이 아닌 자신들의 권한과 이익을 지키는 데 몰두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도덕성이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통념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면, 범죄자로 낙인찍힌 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용기와 연민, 그리고 올곧은 신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인도네시아 시민들이기도 합니다. 국가는 방향을 잃은 채 관성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시민들은 서로를 돕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비록 이 이야기는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보편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회는 권력이 어떻게 견제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정의보다 권력 유지가 우선시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이러한 문제의식은 저에게 매우 절실하게 다가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영화에서는 살해된 수감자들의 시신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전시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특별한 의미나 메시지가 있었나요?

"저는 이 살인 장면들이 단순히 잔혹한 수준을 넘어서 관객에게 더 깊은 불안감과 불편함을 안겨주기를 바랐습니다. 시신들을 설치 미술 작품처럼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폭력은 때로 하나의 스펙터클, 즉 구경거리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고통과 비극의 이미지에 노출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질 위험도 커지고 있죠. 그래서 저는 시신들을 정교하게 구성된 장면 속에 배치함으로써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불편한 긴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은 왜 자신이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폭력을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됩니다.

제가 의도한 것은 죽음을 미학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폭력과 스펙터클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 감독님의 작품들은 장르 영화의 오락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실을 탐구하거나 반영하는 데 있어 장르 영화는 어떤 강점을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장르 영화는 어려운 주제를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설교조가 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공포와 서스펜스, 판타지는 관객에게 강한 감정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이성적인 방어 기제를 우회해 관객에게 다가갑니다.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면, 평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생각이나 문제들에 대해서도 보다 열린 태도로 성찰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공포 장르는 오래전부터 매우 정치적인 장르였습니다. 역사적으로 괴물은 권력과 종교, 불평등, 기술, 사회 변화 등 우리가 집단적으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상징해 왔습니다. 저는 공포가 우리를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포는 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고스트 인 더 셀'은 인도네시아에서 큰 흥행을 기록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이 작품이 국경을 넘어 다양한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야기의 세부적인 배경과 맥락은 매우 인도네시아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보편적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어디에서든 두려움과 불의, 상실의 슬픔, 희망, 그리고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시스템에 맞서고자 하는 열망을 이해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번역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관객들이 문화적으로 중립적인 이야기보다 특정 문화의 색채가 분명하게 담긴 이야기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국제 시장을 의식해 보편적으로 만들기보다, 이 영화의 본래 배경에 가장 솔직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진정성이야말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이 작품과 연결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영화가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문화적 차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초대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의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됩니다."

영화 '고스트 인 더 셀'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시그니처' 섹션을 통해 국내에 최초 공개됐으며, 국내 영화 제작/배급사 '바른손이앤에이'가 영화의 공동제작사 및 해외세일즈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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