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미안 맥카시 감독은 그야말로 공포 장르 애호가다. 그는 씨네진과의 인터뷰에서 "공포영화를 좋아합니다"라고 밝혔다. 재밌는 점은 공포영화를 주인공의 성장 과정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감독이 말한 대로 공포 장르는 캐릭터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스스로 절대 감당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공포영화는 최대한 암울하게 가면서 비극적으로 끝내기도 한다. 다미안 맥카시 감독은 공포 장르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은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되고 그것이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고 확신했다. 이번에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 초이스 월드: 장편' 섹션에 초청된 '호컴' 역시 감독의 철학을 잘 녹여낸 작품이다.
아래는 다미안 맥카시 감독과의 일문일답.
※ 이 기사에는 영화 '호컴'의 주요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컴'은 유령의 집 이야기와 마녀 설화, 그리고 주인공의 개인적인 과거가 결합된 작품처럼 보입니다. 감독님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싶으셨나요?
"이 작품은 자기혐오로 가득 차 깊은 불행 속에 살아가는 한 인물이 그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 인물은 유령이 나오는 집이라는 초자연적인 상황에 갇히게 되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실은 자신도 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비록 과거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한 적이 있었지만 말입니다. 어린 시절 저지른 큰 실수로 어머니를 잃었고, 그 죄책감은 평생 그를 괴롭혀 왔습니다. 그는 심리적 부채감을 단 한 번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마녀이야기에서 마녀는 아이들을 노립니다. 그래서 아직도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성인 남성을 상대하는 존재로 마녀가 가장 적절한 초자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의 오래된 여관과 마녀 이야기는 매우 강한 지역적 색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아일랜드의 설화나 민담에서 어떤 영감을 받으셨나요?
"저는 아일랜드의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는 오래된 유령 이야기와 전설이 정말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고, 흥미롭게 느꼈습니다. 아마 초자연적인 것들과 기이한 이야기를 사랑하게 된 출발점도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미국인으로 설정해 아일랜드에 와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호컴(Hokum)' 즉 허튼소리나 미신 정도로 치부하는 모습이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영화 속 아일랜드 사람들도 실제 우리와 비슷합니다. 꼭 그런 이야기를 믿지는 않더라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제가 자란 코크(Cork) 지역에서 촬영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제가 글을 쓸 때마다 늘 영감을 주는 장소입니다."
-주인공은 공포 소설가이자 이야기꾼입니다. 감독님은 왜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소설가로 설정하셨나요? 또한 공포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라는 점에서 감독님 자신의 모습도 일부 반영된 캐릭터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작가를 주인공으로 삼는 설정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찰리 카우프먼의 '어댑테이션'이나 스티븐 킹의 수많은 작품처럼, 고통을 겪는 작가를 다룬 이야기는 아주 많습니다. 찰스 부코스키처럼 술에 의지하며 고통받는 작가, 혹은 불가코프의 죽은 자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자살 충동을 가진 주인공처럼, '고통받는 작가'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도 존재합니다. 오움(Ohm)이라는 인물 역시 홀로 지내며 삶의 끝을 고민하고, 암울한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헤매고 있기 때문에 작가라는 설정이 잘 어울렸습니다. 창작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끝내 표현하지 못할 때, 소설 속 작가들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행동하고 그것이 폭력이나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모습도 저는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제가 쓰는 인물들과 저 자신이 크게 닮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제 안에서 나온 인물들이니, 제가 흥미를 느끼는 어떤 부분은 분명 담겨 있을 것입니다. '호컴'을 처음 쓸 당시 영화는 훨씬 무겁고 폭력적이었으며 결말도 훨씬 암울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버전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약 2년에 걸쳐 각본을 쓰는 동안, 주인공이 조금씩 희망을 찾기 시작한 것처럼 저 역시 변화했습니다. 결국 더 희망적인 결말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이야기가 제대로 완성됐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저도 변화시켰습니다. 앞으로도 관객을 무섭게 만들고, 등장인물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을 주되, 결국에는 즐거움과 희망을 함께 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소개를 보면 주인공은 기이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감독님은 죄책감이나 후회 같은 감정이 공포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화 속 제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악마를 물리치고 싶다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맞서야 해.' 결국 과거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며 화해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컴'은 사실 초자연적 요소 없이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 남자가 부모님이 행복했던 장소를 여행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합니다. 공포는 인물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자신은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스스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영화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은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되어 나오고, 저는 그것이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컴'은 최고의 포크 호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포크 호러 장르가 오늘날 관객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포크 호러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매력이나 해석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민담이나 전설 속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세상 속에 마법 같은,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슬래셔 영화는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인 폭력을 다룹니다. 그런 폭력을 흥미롭고 스릴 있게 보여주는 장르입니다. 반면 포크 호러는 훨씬 더 기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를 다룹니다. 또 포크 호러에는 정해진 규칙이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이 맞서야 하는 존재나 악의 목적도 작품마다 완전히 새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포크 호러에는 대부분 '여행'의 감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인이 낯선 곳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죠. '호컴'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일랜드에 오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꼭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친절한 나라니까요. 다만 호텔의 음식 운반용 리프트(dumbwaiter) 안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 초이스 월드 섹션에서 상영한 '호컴'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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