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믿는 자들' 이 영화가 팬데믹 이후 사회적 불신을 다루는 방식

근거 없는 분노와 가면 쓴 정의…음모론은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영화 '믿는 자들'의 주요 전개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독립하여 살던 루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술에 취한 어머니가 욕조에서 샤워하다 미끄러져 사망했다는 석연치 않은 내용이었다. 술에 입을 대지 않던 어머니가 욕조 문을 굳게 잠갔다는 것도 의아하다. 루트가 의문을 품고 있던 와중에 아버지 마르틴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경고하는 어머니의 음성 메시지가 나오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 '믿는 자들(The Truthers)'의 소재는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통할 만하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음모론에 잠식되면 무엇이 남을까. 영화는 정치적 논쟁이 아닌 가족 관계의 붕괴에 이른다는 점을 잘 잡아냈다. 문제는 초반에 미스터리 장르로 잘 조립해 놓고, 결말에서 관객이 따라간 감정과 추리의 보상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마르틴과 루스의 캐릭터 성격을 묘하게 겹쳐 놓은 것이다. 아버지 마르틴은 실종 아동과 제약회사를 하나의 거대한 악의 구조로 믿고 있고, 딸 루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아버지의 이상 행동을 살인 사건의 구조로 엮고 있다. 두 사람 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 앞에서 '원인'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매달린다.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다른 곳에 있다. 근거 없는 음모론과 투명 경영 기업은 전혀 다른 명제다. 비리를 의심하여 기업에게 자료를 요구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있으나,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음모론은 완전히 다른 문제로 보인다. 좋은 영화라면 이 둘을 분리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영화는 제약회사를 편리한 음모론자의 표적으로 써서 결과적으로 기업 비판이 위험한 망상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결말에서 다소 찜찜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내내 마르틴이 아내를 살해했거나, 거대한 음모론을 믿을 수 있도록 성실하게 유도하고 있다. 마르틴이 절대 공개하지 않는 다락방, 어머니 장례식장을 배회하는 수상한 여자, 마르틴과 가까운 공무원들까지, 이건 거의 추리물의 단서로 제시되고 있다. 추리 문법을 빌려서 관객을 끌고 가놓고 결말에서 너무 손쉽게 회수해 버리니 허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시위 장면이 음모론을 재생산하는 재료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전이라기보다 반증을 반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음모를 만들어서 그것을 '증거'로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가면 쓴 시위대가 든 팻말을 보더라도 구체적 증거 없이도 분노와 정의감만으로도 근거 없는 음모론이 커져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스페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음모론, 정부 불신, 제약회사에 대한 의혹 등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 사회 문제로 다뤄졌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백신이 사람을 통제한다든가 제약회사가 일부러 질병을 만들었다는 등 불신이 가득한 때가 있었다.

마지막 시위 장면도 사람이 한 번 음모론에 빠져서 거대한 이야기로 연결하는 사고방식에 빠지면, 그것이 무섭게 전염되고 재생산된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제약회사가 숨기는 게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드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처럼 관객들도 '믿는 자들'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영화가 그러한 점을 영리하게 의도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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