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진 프리뷰] 21세기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되나…'디거' 예고편 긴급 분석

거대한 정치적 우화의 탄생…베일 벗은 ‘디거’ 기대되는 이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디거(Digger)'의 첫 예고편이 공개되자 영화 팬들과 평단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 재난과 정치권력, 미디어 조작을 뒤섞은 거대한 블랙 코미디의 윤곽을 드러내며 '21세기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라는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톰 크루즈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예고편 속 그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액션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듬성듬성한 백발에 축 처진 뱃살, 남부 억양을 장착한 채 석유 재벌 디거 록웰로 등장한다.

디거는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저속한 농담을 하면서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서 '대부'의 돈 콜레오네와 007 시리즈의 대표 빌런 블로펠드를 연상시킨다. 악당이 고양이를 품에 안는 장면은 그동안 권력의 아이콘으로 작동했다. 감독은 이를 통해 현대 자본 권력의 강한 풍자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영화의 진짜 관심사가 드러난다. 빙하가 무너지고 대지가 뒤틀리는 재난이 이어지지만, 정작 권력자들은 문제 해결보다 책임 회피와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자연이 보내는 경고보다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무능한 권력자들이 워룸에서 회의를 하거나 종말을 희극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상당히 닮아 있다. 전투기에서 투하되는 미사일에 적힌 'SUCK IT NATURE!(대자연 이거나 먹어라)'라는 문구는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함도 드러낸다. 실제로 출연 배우 제스 플레먼스는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당시 "현대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Warner Bros. Korea 유튜브 캡처

이 작품은 위기 앞에서도 끝까지 자신들의 탐욕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 자체를 조롱하는 블랙 코미디로 보인다. 예고편 후반부에 나오는 "대자연을 통제할 수 없으면 여론이라도 통제해야지"라는 대사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재난보다 더 위험한 것은 진실을 왜곡하고 통제하려는 권력에 있다는 뜻이다.

기후 위기로 벌어지는 풍자극 '돈 룩 업'과 미디어 조작을 다룬 '왝 더 독'도 떠오른다. 예고편 곳곳에 현실 정치와 언론 환경을 겨냥한 듯한 의도가 보인다. 여기에 고위 관료들이 있는 통제실 한가운데를 새하얀 말이 유유히 걸어가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재난 스펙터클과 정치 풍자가 뒤엉킨 현실 공간 속에 비현실적 이미지를 끼워 넣으며 묘한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이냐리투 감독은 전작들인 '버드맨'과 '바르도' 등에서도 꿈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침투시키는 연출 철학을 보여준 바 있다.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권력자들이 무엇을 지키려고 할까. 그 차갑고도 날카로운 풍자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현대 사회를 향한 거대한 정치적 우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영화 '디거'는 오는 10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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