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열대야 쫓아내는 완벽한 악마…'악의 교전' 이번 여름을 부탁해

원작의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영화의 미친 쾌감…어떤 걸 선택해도 서늘하다

사진=교보문고
사진=교보문고

기시 유스케의 대표 작품이라고 한다면 '악의 교전'을 꼽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작가가 그동안 터득한 지식이 한껏 발휘된 작품으로, 그의 소설 중 가장 읽기 쉬운 스릴러물이기도 하다. '푸른불꽃'과 '검은 집'에서 축적된 치밀한 범죄와 사이코패스의 심리가 집대성된 이 작품은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을 만한 소설로 추천될 만하다.

하스미 세이지는 유능하고 매력적인 영어 교사지만, 그 역할을 완벽히 연기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다. 그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상황별에 맞춰 연기하면서 자신이 설계한 범죄의 인프라로 사용한다. '검은 집'의 사치코가 노골적인 괴물에 가까웠다면, 하스미는 사회에서 아무 문제 없이 기능하는 진짜 악이었다. 그런 면에서 좀 더 불쾌한 캐릭터지만, 한편으로는 서스펜스 팬들에게는 흥미를 끄는 좋은 악당이기도 하다.

표면적인 매력을 띠면서도 타인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하스미는 필요하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공감 능력을 흉내 내기도 한다.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하는 작가로 유명한 기시 유스케는 실제 사이코패스 사례들을 관찰하며 얻은 지식들을 하스미라는 인물에게 쏟아부었다. 간혹 그 지식을 전사하는 인상도 강하긴 하지만, 각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솔직히 상과 하로 나눌 정도로 길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는 '하스미라는 인간이 대체 어디까지 갈 까?'라는 호기심에 있는 것 같다. 상권에서는 하스미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축적하였다가, 하권에서 그 범죄 본능이 폭발하고 만다. 다만 하스미의 학살 파트가 굉장히 길고 숨 막히는 방식이었고, 영화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답게 블랙코미디로 재밌게 풀어냈다. 장르 영화답게 하스미의 악취미와 코미디를 버무려 영상화한 덕분에 지금도 꽤 흥분되는 공포물로 기억된다. 소설은 하스미를 오해하고 있던 학생들의 저항과 고통을 더 숨 가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Mack the Knife'는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노래다. 바비 다린(Bobby Darin)의 재즈 버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1928년 작곡된 브레흐트-바일 협력 발라드 'Die Moritat von Mackie Messer'를 위해 창작된 서푼짜리 오페라의 노래가 그 시초다. 미이케 다카시는 다소 음산하고 기괴한 여성의 목소리로 대체하여 더 섬뜩한 공포물을 완성했다. 마지막 학살 장면에서는 가볍고 경쾌한 리듬으로 처리하면서 사이코패스 하스미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웃음을 자아낸다. 미이케 다카시가 만들어 낸 부조화와 타이밍이 너무 노골적이었으니 말이다.

기시 유스케는 인간의 악의와 구체적인 지식과 결합할 때 무서워지는 작가다. 보험 범죄를 소재로 한 '검은 집'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의 벙글벙글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한 '크림슨의 미궁', 기생충과 뇌 지식을 결합한 '천사의 속삭임' 등이 그러하다. 물론 '푸른 불꽃'처럼 감정의 결이 아주 선명했던 소설도 있었다.

지금 다시 읽어 봐도 하스미는 꽤 불쾌하고 질긴 사이코패스다. 영화에서는 블랙코미디와 장르적 쾌감으로 폭발시킨 덕분에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온 인물이 되었다. 소설과 영화 둘 다 재밌지만, 각자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원작 소설이 사회에서 기능하는 사이코패스의 섬뜩한 면을 그렸다면, 영화는 하스미를 무대에 올려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면에서 소설과 영화 둘 다 팬들의 지지를 받는 몇 안 되는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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