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0원으로 살아봅니다" 다큐 '담요를 입은 사람'의 특별한 여정

생계의 벼랑 끝에서 만난 뜻밖의 온기…소유와 돈을 내려놓은 진짜 연대

사진=(주)시네마달 제공
사진=(주)시네마달 제공

돈과 소유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나선 한 여성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담요를 입은 사람'​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담요를 입은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적인 삶과 연대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정미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런던 한복판에서 생계의 벼랑 끝에 선 정미는 돈이라는 보호막을 내려놓고 빈 건물에서 잠을 자고, 버려진 음식을 찾아 먹으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한다.

약 2분 분량의 메인 예고편은 버려진 시금치와 아보카도, 멜론, 딸기 등 식재료를 수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미는 운하 위에 떠 있는 배를 가리키며 "앞으로 내가 살 곳"이라고 말하고, 대형 쓰레기 통과 길가에 버려진 빵을 주워 모은 뒤 "오늘부터 0원으로 살아봅니다!"라고 선언한다.

"머릿속에 늘 생각이 가득 차 있고 차분하게 있질 못한다"라는 정미의 고백이 흥미롭다. 소유하지 않은 삶을 선언하지만, 그 뒤에 정미의 의미심장한 고민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미는 오프로드 차량과 개조된 트럭을 타고 세계 곳곳을 떠도는 노마드들을 만난다. 이들은 "우린 노마드예요. 온 세계가 집이나 다름없죠."라고 말하며 기존의 주거와 소유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난 삶을 보여준다.

숲속에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장면은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가진 것 없는 자의 유쾌한 걸음, 가진 것 나누는 자의 따뜻한 손길'이라는 문구는 물질적 소유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떠도는 삶이 마냥 낭만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촛불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어두운 밤과 비바람을 피해 낯선 이의 집에 머무는 순간은 불안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0원으로 살아가기'라는 선택이 단순한 일탈이나 모험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마주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정미는 여정 속에서 "주체적인 삶, 그리고 아름다움과 단순함"을 이야기하고, 현지 주민들과 "I love you"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를 만들어간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거지는 특정한 공간이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 속에서 발견되는 마음의 안식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 마지막에 등장하는 "어디에 있든, 나는 늘 집에 있다"​라는 문구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돈과 집, 소유라는 익숙한 안전장치를 내려놓은 정미가 떠도는 삶의 끝에서 무엇을 진짜 '집'이라고 부르게 되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영화는 이런 주제와 맞게 이색적인 홍보 방식도 선보였다. 티저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일회성 인쇄물을 줄이는 대안적 홍보를 보여준 것이다. 뮤지션 '선과영(복태와 한군)'과의 협업 또한 눈길을 끈다. 이들이 이끄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은 버려지는 원단 없이 재단하여 옷을 만들고 손쓰는 감각의 이로움을 공유한다. 관객들의 손으로 완성된 포토월 배너가 향후 영화의 공식 행사와 홍보에 직접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배너 제작 워크숍은 오는 27일 진행되며, 참가 신청 및 자세한 사항은 ‘죽음의 바느질 클럽’과 시네마 달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정미 감독이 연출하고 시네마 달이 배급하는 '담요를 입은 사람'은 제19회 로마국제영화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배급지원상,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영화 '담요를 입은 사람'은 내달 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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