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르노 3관왕 기쁨 나눈 홍상수·김민희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연기할 것"

김민희 2번째 최우수연기상…인간 존엄 다룬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까지 수확

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 영화 '눈 둘 데가 없네'가 제79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최우수연기상,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김민희의 이름이 호명되자 홍상수 감독은 미소와 함께 그녀의 등을 토닥였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김민희는 무대에서 "이렇게 시처럼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앞으로 진짜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연기하겠다"라고 밝혔다. 홍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될 때에는 김민희가 그의 손을 잡았다. 홍 감독은 영화제 위원회와 심사위원단의 관심에 감사를 전하며 짧게 소감을 마쳤다.

'눈 둘 데가 없네'는 홍 감독의 다섯 번째 로카르노 공식 초청작이다. 앞서 '우리 선희(2013)',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강변호텔(2018)', '수유천(2024)'이 이 영화제에 초청됐다. 특히 김민희는 '수유천'에 이어 두 번째 로카르노 최우수연기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은 스위스 개신교·가톨릭 교회 심사위원단이 인간의 존엄, 사회적 가치, 평화와 인권, 영적 메시지를 주목해 수여하는 독립상이다. 작품이 감독 연출과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가족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로 읽힌다.

영화는 부모의 이혼 뒤 조부모와 살아온 상희가 제주에 정착한 어머니와 새아버지를 찾아가며 시작한다. 어머니의 성공한 밥집, '초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새아버지, 막 그림을 시작한 새아버지의 딸, 틈틈이 짧은 영화를 만드는 상희가 2박 3일 동안 한자리에 머문다. 그 시간 속에서 오래 묻혀 있던 가족의 사실들,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고와 가벼운 칭찬이 오간다.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눈 둘 데가 없네'는 큰 사건의 폭발보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 식사 자리의 어색한 침묵, 시선의 엇갈림으로 관계의 온도를 드러내는 홍상수 특유의 전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상희가 만드는 '아주 짧은 영화'와 새아버지의 다큐멘터리는 영화 안의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 현실과 해석, 기록과 기억의 거리를 비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족들이 상희 몰래 그의 영화를 보는 마지막 설정은 흥미롭다. 상희가 직접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작품 속 이미지로 먼저 드러나고,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반응이 또 다른 오해와 이해를 낳는 방식이다. 화해가 명확한 결론으로 제시되기보다는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함께 남아 있는 시간의 감각이 여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방식은 기존 홍상수 작품들과 묘하게 닮기도 했지만, 가족애를 그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김민희를 비롯해 권해효, 신석호, 박미소가 출연하며, 최명길은 이번 작품으로 홍상수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로카르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눈 둘 데가 없네'는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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