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영화 '귀향' 역사를 기억할 마지막 골든타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생존자 5명 남은 현실…잊혀가는 역사를 붙잡기 위한 절박한 기록

사진=커넥트픽쳐스 제공
사진=커넥트픽쳐스 제공

지난 2016년 7만 5,270명의 후원으로 만들어져 358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던 영화 '귀향'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확장판으로 돌아온다. 영화의 새로운 제목은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로 정해졌다.

이번 작품은 아시아 각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하고, 참혹한 역사 속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버텨낸 소녀들의 연대와 우정에 시선을 확장했다. 상영시간은 기존 127분에서 132분으로 늘어났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출발했다. 2016년 개봉 당시 대규모 스크린과 스타 배우에 기대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 상영관을 확대하며 358만 6천여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를 감상해야 할 이유는 더 명확하다.

지난 3월 강일출 할머니가 작고하시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5명으로 줄었다. 10년 전 '귀향'이 세상에 나왔을 당시 생존자는 47명이었다. 피해자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조정래 감독이 이번 확장판을 다시 선보이기로 한 배경에도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강일출 할머니가 작고하신 이후 대구 상영회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만난 일을 계기로 확장판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피해 여성들의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기존 영화가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참혹한 현실과 그 이후 남겨진 상처를 정면으로 다뤘다면, 이번 확장판은 그 비극 속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연대하는 관계에 주목한다. 여기에 아시아 여러 나라의 피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특정 국가만의 역사로 한정하지 않고, '전쟁과 국가 폭력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가'라는 보다 넓은 인권의 문제로 확장한다.

그런 면에서 새 제목인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향해 산 사람들이 건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간으로 불러내며, 뒤늦게라도 그들을 공동체의 기억 속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는 애도의 문장이면서 기억의 문장이기도 하다.

일본 오사카 특별상영회에서 나온 현지 관객들의 반응은 이러한 확장된 시선이 일본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여준다. 지난달 28일 열린 특별상영회에서는 3회 상영 모두 약 150석 규모의 좌석이 채워졌고, 조정래 감독과 배우 강하나·정무성이 관객과 만났다. 상영 후에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며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고 알아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일본 사회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배우 손숙의 참여 역시 영화의 이러한 성격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영옥을 연기한 손숙은 지난 10일 '커넥트픽쳐스'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인터뷰에서 당시 출연료를 받지 않았고, 흥행 후 지급받은 러닝개런티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전액 기부했다고 밝혔다. '귀향'을 자신의 삶에서도 깊이 남은 작품으로 회고하며,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당시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과 나라를 잃었던 아픔을 배우고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는 위안부의 상처를 다시 들춰내기보다, 사라져 가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붙잡아두려는 절박한 시도에 가깝다. 조정래 감독 역시 그러한 이유로 잊혀가는 역사를 다시 기억하게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한 것이다.

한편 영화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는 오는 26일 개봉하며, 텀블벅 페이지(https://tumblbug.com/spirits-homecoming)를 통해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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