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24가 제작한 영화 '백룸(Backrooms)'이 드디어 첫 예고편을 공개했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수년간 회자돼 온 도시괴담 '백룸'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공간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 독특한 심리 호러를 예고하고 있다.
'백룸'은 정체불명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인터넷 밈(Meme)에서 출발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지의 복도와 형광등 소음, 탈출구 없는 미로 같은 구조는 오랜 시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 플랫폼에서 수많은 창작물을 낳으며 하나의 현대 괴담으로 발전해 왔다. 공개된 예고편은 이러한 원작의 정서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영화만의 스케일과 감각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영상은 평범한 가구 매장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클락은 매장 한쪽에 존재하는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의 균열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벽면을 건드리는 순간 현실은 갑작스럽게 뒤틀리고, 정체불명의 황색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후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백룸'의 상징과도 같은 빛바랜 노란 벽지와 형광등 불빛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반복되는 구조는 방향 감각을 무너뜨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과 노이즈가 울려 퍼진다. 누군가를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거운 침묵뿐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미장센이다. VHS의 거친 화면 질감과 아날로그 노이즈, 화면 왜곡 효과는 관객에게 실제 유출 영상을 목격하는 듯한 불안감을 안긴다. 주인공 클락은 백룸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온다. 그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먼저 보이고, 나아가 반복적으로 공간을 찾는 모습을 통해 '탐험'이 아닌 '집착'에 가까운 심리를 드러낸다.
이러한 설정은 최근 주목받았던 '8번 출구'의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의 불안감과도 맞닿아 있다. '백룸'은 단순한 미로가 아니라 스스로 방을 생성하는 유기적 구조다. 끊임없이 확장되며 인간의 인식을 교란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 중반 이후에는 폐쇄 공포가 본격적으로 폭발한다. 방호복을 입은 인물들이 혼란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어둠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들이 빠르게 교차된다. 영화는 공포의 핵심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공포의 초점을 끝까지 공간에 맞추고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모든 요소가 현대인의 심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관계와 책임,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과 달리, 이 공간은 모든 규칙이 제거된 상태라는 점에서 일종의 왜곡된 해방감을 제공한다. 영화가 자극하는 감정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충동을 주고 있다. 미지의 공간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그 안에서 길을 잃고 싶어 하는 욕망이 충돌하며, 기존 공포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온라인 괴담으로 시작한 '백룸'은 수많은 2차 창작을 거치며 현대 디지털 세대가 공유하는 집단적 상상력의 일부가 됐다. A24는 그 상상력을 영화라는 매체로 옮기면서도 원작이 가진 낯설고 기괴한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 후반부는 급작스러운 스릴을 보여준다. 노란 복도를 헤매던 여성이 "아무도 없어요?"라고 외치는 순간 화면은 급격히 흔들리고 정체불명의 존재가 다가오는 듯한 비명과 함께 암전된다. 심장 박동처럼 깜빡이는 'BACKROOMS' 로고가 등장하며 영상은 끝난다.
이 예고편이 흥미로운 것은 영상이 끝난 뒤에도 관객이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괴물이 있는 건지, 공간이 왜 존재하는지, 탈출이 가능한지조차 설명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백룸'의 가장 큰 무기일지 모른다.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아무도 없는 공간 속에 영원히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감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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