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여름 추천 책 '아웃' 기리노 나쓰오의 정점이자 스릴러 소설의 이정표

기리노 나쓰오의 최고작 '아웃'이 인간의 어둠을 다루는 방식

사진=황금가지 홈페이지
사진=황금가지 홈페이지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은 지금 생각해도 기괴하고 황당하면서도 복잡한 소설이다.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도 컬트적인 감각까지 보유한 이 소설은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차갑고 건조한 성격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기리노 나쓰오는 '그로테스크'와 '리얼 월드'처럼 인간 내면의 어두운 속성을 심도 있게 파헤치면서도 '부드러운 볼'이나 '메타볼라'와 같이 사회 비판적인 소설도 썼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나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처럼 꽤 세련된 추리 소설도 썼다. 그중에 최고의 소설을 꼽으라면 단연코 '아웃'이 될 것이다.

주인공 마사코를 포함한 4명의 여성들이 심야 도시락 공장에서 일하다는 설정부터 탁월하다. 이 여성들은 완전히 외톨이는 아니지만, 사회의 중심에 속하지도 못한다. 가족은 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직업은 있지만 삶을 회복시켜주지 않으며, 돈은 벌고는 있지만 빚과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제목 '아웃'은 여러 겹의 의미로 읽힌다.

야요이가 폭행을 저지르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할 때만 해도 '나오미와 가나코'의 그녀들처럼 동조할 수 있었다. 리더 격인 마사코가 회사 동료 요시에와 구니코까지 끌어들이면서 시신을 조직적으로 처리하자, 이 동정이 곧바로 연대나 구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공모를 하기 시작하면서 질투와 불신이 뒤엉킨 이상한 관계가 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범죄가 그들을 묶어주었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서로를 갈라놓은 셈이다.

마사코는 20년 넘게 신용 회사에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후 무뚝뚝한 남편, 말을 잃은 10대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침착한 성격으로 리더가 되어 사건을 헤쳐나가는데, 오래전부터 내면에 눌러 두었던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신 처리 묘사가 충격적인 것도 마사코의 감정이 보이지 않고 기술적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대중 작품 속의 리더가 아니라 '대체 이 여자는 왜 이럴까?'라고 묻게 만드는 불길한 능력이다.

시신 처리 묘사가 유난히 길고 노골적이다. 아마도 기리노 나쓰오는 이 시신 처리에 대해 추상적으로 넘길 생각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성들이 저임금의 반복 노동을 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 역시 어떤 식으로든 '작업'하는 것처럼 보여서 더 끔찍하다.

그런 면에서 사채업자 주몬지가 시신 처리를 의뢰하는 부분은 이 소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 소설의 첫 번째 황당한 지점인데, 마지막까지 읽다 보면 그 황당한 설정이 작품의 세계관을 보여준 셈이었다. 주몬지에게 이 여성들은 그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미 사회가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해 왔으니, 암흑가에서도 가성비를 고려하여 외주화를 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마사코를 포함한 4명의 여성들을 매우 모욕하는 대목이다.

야쿠자 출신 사타케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다. 야요이 남편의 죽음으로 사업이 망하면서 복수심을 품게 되지만, 마사코를 알게 되면서 성적 욕망과 자기 연민, 동질감에 빠져 버린다. 그는 젊은 시절에 한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경험으로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는데, 마사코가 그 공허한 내면을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보통 이런 심리는 상대방을 자신의 세계에 가둬서 확인받으려고 한다. 사타케는 마사코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형태의 폭력성을 끄집어 내려고 한다. 처음에는 복수심으로 위협을 하고 납치까지 하지만, 변태적인 성욕과 키스 같은 행동이 뒤섞여 나온다.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한 여성의 의지와 삶을 지워 버리는 행위다.

마사코는 단호하게 사타케를 거부한다. 둘 다 사회 밖으로 밀려난 존재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마사코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내면에 숨겨진 어둠과 맞서는 사람이다. 타인을 파괴하고 소유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사타케의 욕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타케에게 동정을 느끼는 듯한 마사코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돈과 시신, 배신과 죽음이 얽혀 버린 그녀는 이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마 마사코는 사타케를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 이해에는 자신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에는 여성 캐릭터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이 4명의 여성들도 모두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서로 필요하면 배신도 할 수 있다. 독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공감하기가 힘들다. 그러면서도 어느 누구도 비판할 수가 없다. 그런 모순이 '아웃'을 그녀의 작품 중 강력한 범죄 스릴러 소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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