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첫 출간작 스크린 상륙…영화 ‘이성과 감성’ 부산영화제 찾는다

'블루 진' 조지아 오클리 감독 연출, 현대적 시선으로 고전을 다시 읽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제인 오스틴의 첫 장편소설이자 200년 넘게 사랑받아 온 고전 명작이 스크린으로 부활한다. 영화 '이성과 감성'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이성과 감성'은 오스틴이 181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오스틴의 첫 출간작인 이 소설은 당시에는 익명으로 출간됐으며, 이후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설득' 등과 함께 작가를 영문학의 대표적인 소설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초판은 1813년까지 모두 판매될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작품의 중심에는 대시우드 가문의 두 자매 엘리너와 메리앤이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의 재산이 다른 이들에게 넘어가면서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두 자매는 사랑과 결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헤쳐 나간다.

언니 엘리너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현실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반면 동생 메리앤은 자신의 감정과 낭만적 이상에 충실하다. 사랑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엘리너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상황을 견디는 동안, 메리앤은 사랑에 대한 확신을 숨기지 않는다. 오스틴은 어느 한쪽을 단순히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자매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경험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바라본다.

'이성과 감성'은 흔히 '이성과 감성의 대립'을 다룬 로맨스 소설로 소개되지만, 작품에 대한 현대적 평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여성에게 제한적이었던 경제적·사회적 선택권과 계급의 문제를 사랑과 결혼이라는 사적인 영역에 녹여냈으며, 당시 유행했던 감상주의적 소설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최근의 문학 연구 역시 작품 속 성별과 계급의 불평등, 자유간접화법을 통한 인물의 내면 묘사, 제목이 제시하는 '이성 대 감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구조에 주목한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성과 감성'이 재해석되는 이유 역시 분명하다.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뿐 아니라 경제적 조건과 사회적 시선까지 고려해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영화는 두 자매의 로맨스뿐 아니라 자매가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계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읽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엘리너를 연기하는 배우는 데이지 에드가 존스다. '노멀 피플'에서 마리앤 역을 맡아 이름을 알린 그녀는 이후 '프레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언더 더 배너 오브 헤븐', '트위스터스'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사랑과 상실을 경험하는 엘리너와의 만남이 주목된다. 에드가 존스가 이미 문학 원작의 주인공을 연기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멀 피플'에서는 샐리 루니의 동명 소설 속 마리앤을 연기했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는 주인공 키아를 연기했다. 원작 독자들이 가진 캐릭터에 대한 기대와 배우 자신이 구축해야 할 인물 사이의 간극을 경험한 것이다. 이번에는 오스틴의 대표적인 인물 엘리너를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메리앤 역에는 에스메 크리드마일스가 캐스팅됐다. 여기에 '1917'에서 주연 블레이크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지 맥케이가 엘리너의 사랑을 받는 에드워드 페러스 역으로 합류했다. 맥케이는 '1917'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영국 영화계의 주목받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연출은 조지아 오클리가 맡았다. 오클리는 장편 데뷔작 '블루 진'을 통해 먼저 주목받은 감독이다.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블루 진'은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성적 정체성과 사회적 억압을 다룬 작품으로, 베니스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오클리의 연출력을 입증했다.

이번 작품은 광활한 자연과 1800년대 영국의 시대적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며 고전적인 낭만을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엘리너와 메리앤의 관계를 통해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익숙한 사랑과 선택의 문제를 끌어올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배우와 젊은 여성 감독이 제인 오스틴의 첫 소설을 어떻게 다시 읽어낼지가 관심이 모인다.

'이성과 감성'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 개봉에 앞서 아시안 프리미어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내달 28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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