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신작 '인헤릿(Inherit)'이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센터피스(Centrepiece)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번 작품은 태국에서 30년 넘게 사랑받은 호러 컬트 클래식 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인헤릿'은 지난 1991년 발표된 태국 호러 소설 '타얏 아순'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50년 전 자취를 감춘 '워라낫'이 나타나 정체불명의 지네 악령과 함께 한 가족을 저주에 몰아넣는 이야기를 그린다.
'타얏 아순'은 태국 대중문화에서 오랫동안 생명력을 이어온 대표 호러 소설이다. 태국어 제목인 '타얏'은 '후계자', '아순'은 '악마·아수라'를 뜻한다. 직역하면 '악마의 후계자' 정도의 의미다. 작품의 핵심이 가문을 통해 대물림되는 악의 계승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작의 워라낫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흑마술과 악령의 힘을 이용하는 인물이며, 자신의 힘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아야만 영생을 지속할 수 있다. 후계자가 되는 순간 가족 전체가 저주의 굴레에 들어가게 되면서, 혈통과 가문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권력과 욕망, 세습된 저주를 전면에 내세운 태국식 호러의 특징으로 평가된다.
'타얏 아순'은 출간 이후 영화보다 먼저 TV에서 꾸준히 재해석됐다. 1990년대 초 첫 드라마를 시작으로 2000년대와 2010년대에도 리메이크가 이어졌으며, 세대를 거쳐 반복적으로 제작될 만큼 태국에서는 '국민 호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장편 영화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 '인헤릿'이 처음이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해외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어린 시절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이야기였으며, 핵심은 권력, 유산, 그리고 대물림되는 저주라고 설명했다.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욕망과 저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원작이 흑마술의 계승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는 50년 동안 사라졌던 워라낫이 젊은 모습 그대로 돌아오고, 지네 악령이 명문가 혈통을 잠식한다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태국 호러는 오랫동안 귀신과 민간신앙, 가족주의를 결합한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해 왔다. 최근 학계에서도 태국 호러가 서구식 공포 문법과 달리 가족, 혈통, 민속신앙을 중심축으로 삼는 독자적인 장르적 특성을 갖는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이 바른손이앤에이(대표 최윤희, 문양권)가 해외 배급으로 참여한 점과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배드 지니어스' 등 다수의 흥행작을 선보인 태국 최대 스튜디오 GDH559가 제작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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