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션 모리(후지이 소마)는 최근 의욕을 잃고, 사진작가이자 아내 마이코(타니구치 란)와 냉전 중이다. 마이코는 사진전을 준비할 정도로 잘 풀리고 있는 반면, 모리는 매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모리가 전 연인 아사코(무라카미 유키노)와 만나면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고양이를 놓아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모리와 아사코의 기억에 있다. 연인으로 발전하던 그날에 대한 기억이 서로 다른데, 연애를 하기 전부터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자신의 욕망과 자기중심적 해석일 수 있다는 의도가 드러나면서 과거를 미화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잘 건드리고 있다.
사실 인간은 현재의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편한 방식으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모리는 현재 창작 의욕도 없고, 아내와도 관계가 안 좋아서 상당히 무기력한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전 연인과 마주쳤을 때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현재의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과거의 재구성을 일종의 반전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전개는 영화의 주제와 잘 맞는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은 중편으로 시작하였다가 7년째 준비한 끝에 지금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인터뷰에서도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바라보게 됐다"라고 밝혔다. 장편으로 확장하면서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 등을 즉흥적으로 찍기도 하고, 해답을 찾지 못해서 제작이 멈추기도 했다. 이후 오래전에 찍어 놓은 촬영본을 보고 '기억'을 중점으로 두자는 아이디어가 생긴 것이다.
감독의 이런 선택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모리와 아사코가 딱히 목적지 없이 걷는 것처럼 영화가 어디로 가는 건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개 속도가 워낙 잔잔하고 느려서 시점과 시간이 변했다는 것도 눈치채기 어렵다. 영화가 워낙 내색을 하지 않아서 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다.
대화에는 여백이 많고, 침묵은 기나길고, 큰 사건도 없다.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로 조금씩 긴장을 줘야 설득력이 생길 것이다. 그 변화가 지나치게 희미하면 섬세하기보다 그저 심심한 일상으로 보일 수 있다. 아사코의 옛 친구가 끼어들면서 젊은 시절로 넘어갈 때도, 모리의 기억이 정반대로 보일 때도 기억이 묘하게 달라지는데 참으로 담담하다. 어쩌면 영화의 의도대로 '기억'이 그만큼 간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대신에 영화는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배우들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하고 있다. 음악, 사진, 그림을 기억과 연결한 구조와 기억의 불확실성을 활용한 서사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내색하지 않고 플롯을 짜는 영화도 드물긴 하다.
기억을 자기 편의로 만들어내면 그때부터는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게 된다. 영화는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정적인 장면과 투박한 일상에 묻힌 느낌도 강하다. 감정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면은 아쉽지만, 다행히 모리의 창작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적인 작품이다. 감독은 '고양이'를 통제할 수 없는 마음으로 비유했다. 이 복잡한 감정을 억지로 붙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이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한편 영화 '고양이를 놓아줘'는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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