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유일무이한 가족 복수극…비관 대신 온기를 채워 넣은 '경주기행' 쿠키 영상은?

서툴러서 더 아팠던 엄마와 딸들, 그들이 만들어낸 뜻밖의 위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주기행'은 예고편만 보더라도 어떤 분위기의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막내딸을 살해한 범인을 납치해서 복수를 하고 싶은 엄마와 범행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세 명의 딸들이 있다. 경주로 가서 가족여행인 척 여러 장소에서 사진을 찍지만, 얼마 가지 않아 범인이 도주를 시도하고, 결국에는 뜻하지 않은 가족애가 생기며 여운을 주는 것이다.

막내를 잃은 엄마의 비통한 심정은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슬픔이 남은 딸들 입장에서 편애로 여겨진다면, 그건 매우 중요해진다. 막내의 죽음 이후 엄마가 무너진 것은 이해되지만, 정작 곁에 있는 딸들이 보이지 않게 행동하면, 이제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 버린다. 첫째 장주(공효진)가 갑자기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둘째 영주(박소담)가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하는 것도 모두 과거가 아닌 현실적인 상처 때문이다.

영화는 이러한 문제를 정직하게 해결하는 편이다. 계속 서로의 상처를 찌르면서 싸우는 이유가 다 서운한 마음이 오래 쌓여 있기 때문인데, 결국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는 변명보다 사과부터 시작하니까. 누구나 당장 겉으로는 감정을 폭발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늘 품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식을 둔 엄마라면 더욱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감동을 주는 원리가 꽤 명료하다.

예고편만 보더라도 배우 이연이 코미디 담당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이연이 연기하는 셋째 동주는 레슬러 출신이라서 다소 우직한 면이 있다. 유머의 축으로 둬서 유일하게 욕설도 하는 캐릭터인데, 의외로 영화의 전체 톤과 잘 어울린다. 막내의 죽음을 가볍게 만들지 않고, 엄마가 막내를 떠올리는 순간의 슬픔과도 대비가 잘 맞아 보인다.

엄마와 갈등하던 첫째 장주의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은 아쉬운 면이 있다. 복수에 매달리는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납치극으로 시작된 피로감을 생각하면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있다. 문제는 그 선택이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는 점. 범인이 사람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점을 관념적으로만 두지 않고 있어서 더욱 위험해 보이는 선택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은 톤이지만, 복수의 감정은 끝내 정리하지 않는다. 경주기행은 분명 화해의 여정이지만, 막내를 잃은 엄마의 분노까지는 사라질 수 없으니까. 이런 정직한 선택이 영화의 색깔을 잘 드러낸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법, 엄밀히 따지면 판사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못하는 점과 사적 복수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감성적으로 잘 묘사했다.

'경주기행'은 예고편에서 느꼈던 것처럼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여행지 경주라는 상징성과 티격태격하는 자매들, 화해와 복수의 충돌 덕분에 이 가족 복수극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영화가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잡아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 영화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며 쿠키 영상은 없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