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모니터만으로 완성된 기발한 상상력

소소한 모니터 두 대가 일으킨 상상력 폭발의 타임 루프 소동극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에 있는 모니터와 카페에 있는 모니터가 2분의 시차를 두고 연결됐다. 이 거창하지 않은 설정은 타임머신 없이 2분이라는 시차만으로 시간 여행을 성립시켰다. 방에 있는 모니터를 카페로 가져와서 마주 보게 만들었더니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영화 제목처럼 '드로스테 효과'를 시간 여행과 결합한 것이다.

다소 작위적인 면은 있다. 2분 후의 미래를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지만, 카페라는 제한된 공간이어야 한다. 2분 전의 과거 역시 주인공 카토의 방만 볼 수 있다. 보통 시간 여행 영화들은 과거의 자신을 만나서 미래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미래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재촉하는 재밌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초크의 위치를 알려준 미래의 카토가 얼른 카페에 와서 과거의 카토에게 초크의 위치를 말하라는 것이다.

이상하긴 하다. 미래를 알아도 몸은 여전히 카페와 방에 묶여 있으니 말이다. 대신에 2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카토와 친구들은 계속 방과 카페 사이를 뛰어다녀야 한다. 그러한 제약 덕분에 시간 여행이 허둥대는 협업처럼 보이게 된다.

카토 방에 있는 모니터와 카페의 모니터가 마주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그림 속에 그림이 계속 반복되는 드로스테 효과가 시간 속에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다. 카토 방에 있던 모니터 속에는 이제 여러 대의 모니터가 보이게 되고, 먼 미래의 카토와 친구들이 보이게 된다. 그들은 돈을 줍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위기에 몰린다는 것도 미리 알 수 있다.

제한된 공간이지만, 여러 사람이 정확한 타이밍에 드러나는 동선과 서로의 대사와 행동이 미래 사건의 원인이 되는 구조가 은근히 쾌감이 있다. 여기에 아이폰 원샷에다 원테이크 촬영까지 구현했으니,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이디어가 좋은 저예산 영화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다만 결말에서는 의도적인 편의가 보이긴 한다. 2대의 모니터가 2분의 시차로 연결된 배경에 대해서 엄밀한 SF 장르처럼 해명하지 않는다. 시공간 왜곡이나 패러독스라는 단어가 나올 때도 과학적 설득력보다 이야기의 마지막 국면을 위한 장치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완벽한 이론을 설계하고 SF 장르로 옮긴 작품은 아니다. 다소 작위적인 면은 있지만, 그 매력적인 규칙을 진지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얼마나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 보여주는 작품이다. 카토가 미래를 싫어한다고 농담을 하고, SF 장르의 만화책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이 영화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결국 현재의 누군가와 연결되는 그 작은 순간이 더 중요할 수 있으니까.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독립영화로서 훌륭한 작품에 속한다. 좁은 카페와 모니터, 몇 명의 배우들만으로 이야기의 엔진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훨씬 큰 사건의 규모를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한편 영화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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