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97 혜자, 표류기'가 세상의 무시와 속임수 속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97년생 청춘의 이야기를 예고했다.
'97 혜자, 표류기'는 끝없는 표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김혜자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16회 부산평화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주목받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는 혜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폰과 마이크를 착용한 채 무표정하게 고객의 전화를 받아내는 모습과 늦은 밤 홀로 거리를 걷고, 버스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은 반복되는 감정 노동에 지친 청년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무실에서 상사와 맞서는 혜자의 모습은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낸다.
주거와 경제적 불안은 혜자의 삶을 더욱 옥죈다. '강남 주민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바라보는 혜자의 모습과 "계약금이 얼마예요?", "돈 좀 묻어둔 거 있나?"라는 대사는 집값이 높은 강남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현실 사이에 놓인 간극을 보여준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를 바라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은 불안정한 청춘의 모습이다.
예고편 중반부터는 돈과 빚을 둘러싼 갈등이 나온다. 낡은 주택가와 시장 골목, 장례식장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공간을 배경으로 혜자와 또 다른 여성이 여러 인물들과 부딪히면서 상황은 점차 격해진다. "친자매나 다름없다면서", "돈 내놔", "아버지 사업 물려받았으면 빚까지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니냐" 등의 우울한 대사가 이어지고, 시장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몸싸움까지 더해지며 혜자가 생존을 위해 얼마나 거칠게 현실과 맞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히 청춘의 고단함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심의 어둡고 답답한 풍경을 지나 바다로 향하면서 예고편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트럭 창문에 기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거나 바닷가 난간에 서서 바람을 쐬는 혜자의 모습은 앞선 장면들과 대비된다. 표류 끝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인물의 변화를 암시한다.
여기에 "더러운 돈은 없다! 가진 것들이 더러운 거지"라고 맞받아치는 대사는 혜자가 가진 날카로운 생존 감각을 보여준다. 예고편 마지막을 장식하는 '삶이 날 속여도 난 살아갈 거야'라는 문구 역시 세상이 자신을 외면하더라도 끝내 살아남겠다는 혜자의 의지를 강조한다.




'97 혜자, 표류기'는 이처럼 감정 노동, 주거 불안, 빚과 경제적 결핍 등 오늘날 청년 세대가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인 삶의 풍경 속에 담아낸다. 동시에 그 현실에 짓눌려 무력해지는 인물이 아니라, 거칠고 때로는 서툴더라도 자신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청춘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인다.
'울산의 별(2024)'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과 올해의 배우상(김금순) 등을 받은 정기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전작에서 지역과 청춘의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했던 정기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거친 현실 한가운데 놓인 인물들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힘 있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신예 배우 정은지는 편견과 무시에 굴하지 않는 혜자를 맡아 강단 있는 존재감을 선보이며, 김주안은 혜자와 특별한 여정을 함께하는 인물로 호흡을 맞췄다. 부산 전역에서 촬영된 로케이션 역시 도시의 다양한 풍경과 생생한 현장감을 더하며 영화의 사실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끝없이 밀려나는 현실 속에서도 결국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혜자. '97 혜자, 표류기'는 한 97년생 여성의 생존기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불안과 분노,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려는 의지를 스크린에 담아낼 예정이다.
영화 '97 혜자, 표류기'는 내달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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