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물이라기보다 '문명이 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기는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역병 이후의 생존 스릴러인데, 각 캐릭터의 신념을 대비시키며 무난한 전개를 보여준다.
뱅리(조슈 브롤린)는 이 작품에서 가장 좋은 캐릭터다. 처음에는 거주지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하는 편집증적 인물처럼 보이는데, 팬데믹 시대를 고려하면 가장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이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죽이고 태워 버리는 것도 애초에 위험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차갑고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덕분에 많은 인명을 구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힉(제이콥 엘로디)은 뱅리의 그런 행동을 견디기가 힘들다. 단순히 뱅리가 잔혹한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10대 아이들이나 노인들 상관없이 쏴 죽이고 태워 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힉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지만, 뱅리에게는 순진한 소리로만 들린다. 게다가 약탈자들이라는 것들이 언제 어디서 습격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뱅리에게 정찰과 감시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힉이 무전의 발신지를 찾아 떠나는 것도 뱅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뱅리처럼 어디를 가도 역병 때문에 무조건 쏴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힉이 만난 팝스(가이 피어스)와 시마(마가렛 퀄리) 부녀는 흥미롭다. 팝스와 시마도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면서도 필요하면 냉혹하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통해 뱅리 같은 현실주의와 인간성은 별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경계를 잘 하는 것과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영화는 전체적으로 침착한 편이다. 넓은 비행장부터 황량한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부터 감각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마가 음악과 커피를 그리워하거나 힉이 별 이름을 얘기하는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만큼 영화가 생각보다 감성적인데, 묘하게도 2시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가 않다. 약탈자들의 습격이 대형 이벤트도 아니었고, 거친 액션이 없었는데도 이런 잔상이 남아 있다는 건 리들리 스콧의 노련한 연출 덕분일 것이다. 그는 원작 소설의 큰 세계관을 설명하는 대신에 낡은 활주로와 황량한 도시 등을 미장센으로 하여 꽤 괜찮은 서정성을 부여했다. 사실 리들리 스콧이 잘하는 것이기도 하고.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랜드정션에 대한 묘사다. 원작 소설에서도 이곳 집단이 꽤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그에 비해 체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그런 공백이 마냥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힉이 찾고 싶었던 것은 거창한 진실이 아니라, 다시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별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니까.
돌이켜보면 힉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올곧은 편이었다. 역병으로 99%의 인류가 사라진 세계라면 미칠 만도 한데, 어느 누구도 그런 추태를 보이지 않는다. 그 덕분에 힉과 다른 캐릭터들이 다시 관계를 맺는 모습이 낯설지 않고 좋았다. 약탈자들은 아직 남아 있고, 여전히 세계는 위험하지만 다시 조금씩 문명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이날 26일 개봉하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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